"첫 번째 걱정은 돈이고요, 두 번째 걱정은 자식, 세 번째 걱정은 건강이랍니다. 마지막이 나라 걱정이라고 하더군요."
오랜 세월동안 정당 생활을 했던 한 지인이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모셨던 사람들한테 '확실히' 들은 얘기라며 최근 기자에게 말해준 대통령의 걱정 순서다. 대통령들은 앞의 세 가지 순서로 걱정한 뒤 그다음에 나라 걱정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식사 자리에서 좌중의 분위기를 띄우는 용도겠지만 최근 상황을 본다면 충분히 듣는 이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 법한 얘기다.
청와대 주변이든, 여의도 국회 근처든, 식사 자리가 펼쳐질 때마다 정치권 사람들은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명박 전 대통령 얘기를 한다.
검찰 조사 결과를 보면 이 전 대통령에게는 기자의 지인이 얘기한 '걱정 공식'을 그대로 대입할 수 있다. 110억원대 수뢰 혐의는 돈 걱정에 들어가고, 아들 시형 씨에게 다스를 물려주려 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인데 이는 자식 걱정에서 비롯된 행동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 외에 검찰에 불려갔던 대통령들의 사례를 되짚어보면 노태우 전 대통령도 수천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은 뒤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역시 돈 걱정이라는 '대통령 걱정 1차 공식'에 바로 대입된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뇌물수수 등 혐의가 적용돼 구속됐다. 역시 대통령의 걱정 1차 공식이었다.
현재 구속 수감돼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뇌물 혐의 등 '1차 공식'인 돈 문제에 걸려들어 있다. 갑작스러운 서거로 수사가 중단됐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도 640만달러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바 있다.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지만 그 역시 '걱정 1차 공식'과 관련해 의심을 받았다.
대통령 자신이 사법 처리되지는 않았지만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말 자식들 걱정에 휩싸여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두 아들도 구속된 바 있다. 대통령의 걱정 두 번째 공식에 해당하는 셈이다.
고대 그리스 정치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선(善)한 시민을 낳고 양성하는 방법으로 선한 국가를 만드는 것이 정치의 기본 개념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치는 내가 제일"이라며 핏대를 세운 뒤 청와대로 갔지만 선한 시민을 키우기는커녕 스스로가 선한 시민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치의 개념도 모르는 이들에게 정치를 맡긴 나라. 대한민국은 운전면허증도 없는 사람들에게 나라 운전대를 넘겨준 셈이다. 나라가 이 정도로나마 온전하니, 참으로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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