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공공기관 추가 이전 없다는 국토부, 대통령 뜻 읽기는 했나

정부가 '혁신도시 시즌2' 계획과 관련해 공공기관의 추가 지방 이전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 공공기관 이전을 전제하지 않고, 혁신도시를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은 '속 빈 강정'이나 마찬가지다. 입으로만 혁신도시 발전을 외칠 뿐, 실제로는 그냥 방치하겠다는 뜻이다. 불과 1개월여 전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보다 강력한 국가 균형 발전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장담했다. 국토교통부가 대통령의 뜻을 어긴 것인지, 대통령이 의지를 버린 것인지 알 수 없다.

국토부는 '혁신도시 시즌2' 구상에서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혁신도시 발전 방안이라고 제시한 내용이 기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정주 여건 조성, 지역산업과의 연계 강화 등이라고 하니 한심할 따름이다. 정부가 하나마나한 얘기를 늘어놓으면서 국토 균형 발전에 노력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과 같다.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 없는 균형 발전은 가능하지도 않고, 제대로 될 리 없다. 전국 10개 혁신도시에 이전한 115개 공공기관은 지역 경제의 활력소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30% 안팎의 지역 인재를 채용해 청년들의 꿈을 키우는 산실이 되고 있다. 지역민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보따리가 바로 공공기관 이전이다.

최근까지 새로 설립되거나 신규 지정된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은 152개이고, 지방 이전 대상 기관은 최대 122개, 근무 인원 5만8천여 명에 이른다. 이 기관들이 혁신도시에 이전한다면 지역 경제와 살림살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업적 가운데 가장 높이 평가받는 것이 공공기관 이전이다. 2005년 수도권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소신에 따라 공공기관 이전을 성공시켰으니 대단한 위업이 아닐 수 없다.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보다 더 확실하게 균형 발전에 노력할 것처럼 해놓고, 이런 수준에 그친다면 보기에 참으로 민망하다. 지방선거를 의식해 이전 발표를 미뤘다는 얘기도 있지만, 노 전 대통령처럼 정공법으로 돌파하는 것이 옳다. 공공기관 이전 없는 혁신도시 발전 방안은 아예 시도하지 않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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