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Propaganda)이라는 말은 로마 교황청의 기구인 '포교성성'(Sacra Congregatio de Propaganda Fide)에서 기원한다. 교황 클레멘스 8세는 1599년 '포교성'을 설립하면서 프로파간다라는 단어를 처음 선보였다. 이어서 1622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한동안 활동이 멈춰져 있던 이 기구를 포교성성이라는 이름으로 재가동하면서 프로파간다는 역사의 전면으로 떠오른다. 포교성성의 주 임무가 가톨릭 신앙의 확산을 촉진하고 비가톨릭 국가들에서의 가톨릭 선교 상황을 관리하는 데 있었던 만큼, 프로파간다는 곧 복음을 전파하는 선교활동을 뜻했고, 가톨릭 선교사들과 함께 프로파간다라는 단어도 세계 각지로 퍼져 갔다. 여기까지만 해도 프로파간다는 종교적 의미로 통용되었을 뿐, 특별히 정치적인 뜻을 담고 있지 않았다.
그러던 프로파간다가 오늘날의 정치적 의미를 얻게 된 것은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부터다. 각국이 국수주의적인 프로파간다 캠페인을 펼치면서 프로파간다는 종교적 선교활동에서 정치적 주장의 선전과 선동 활동을 뜻하는 말로 쓰임새가 달라졌는데, 여기에 오명을 덧붙인 주범은 아무래도 나치의 선전상 파울 요셉 괴벨스일 것이다.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며 기세를 올렸던 괴벨스는 선전 선동에 악마적 재능을 발휘한다. 제3제국의 허세 다분한 이데올로기에 충실히 복무한 괴벨스의 프로파간다는 가톨릭교회로 하여금 더 이상 이 단어를 쓸 수 없게 했다.(포교성성은 현재 전 세계 교회의 일치와 선교 활동을 주 업무로 하는 인류복음화성으로 개칭되었다)
괴벨스에 따르면 선전은 본질상 일종의 예술이었고, 선전원은 민중 심리 예술가였다. 집단 대중의 심리 파악에 능통했던 그에게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선전의 가장 큰 적은 '지식인주의'이다"라고 외치던 그는,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를 추궁당하지 않는다"고 일갈하면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어떤 거짓과 왜곡도 가리지 않는 대담함을 드러냈다.
과연 괴벨스의 선전 선동, 즉 프로파간다는 일반적인 정보 전달이나 교육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정보 전달이 청중에게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제시하는 것이라면, 선전은 일정한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그런 사실들을 '가공'해서 제시하는 것이다. 한 방울의 잉크가 깨끗한 물 한 잔을 더럽히듯, 교묘하게 편집되고 맥락 없이 삽입된 거짓은 진실을 압도한다. 또 교육이 사람들에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방법을 알려주려는 것이라면, 선전은 사람들에게 특정한 내용이나 시각만을 생각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정보 전달과 교육이 청중의 시야를 넓히고 열린 마음을 갖게 하는 데 역점을 두는 데 반해, 선전은 대롱을 통해 세상을 보듯 한정된 시야와 닫힌 마음을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오늘날 언론이나 여러 종류의 매체를 통해서 이런 선전 선동이 기승을 부리는 모습을 보고 있다. 특정한 경제 세력이나 이윤, 또는 파당적 이익에 이끌린 나머지, 진실을 왜곡하고 단편적인 시각을 강요하는 움직임이 도처에서 목격된다. 사회의 공기(公器)여야 할 언론뿐만 아니라 지극히 사적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도 이런 혼란상은 쉽게 감지된다. 그렇게 쏟아지는 프로파간다에 숱한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타격을 입는 것은 당연히 따라오는 현상이다. 시민사회가 건전한 상식과 진실에 기반을 둔 건강한 의견을 키워가자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분별의 기준을 분명히 세우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그 기준은 의외로 단순할지 모른다. 지금 내가 들은 이 정보가 내 시야를 좁히고 마음을 닫게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공동선을 지향하는 넓은 시야와 열린 마음을 불러일으키는가. 이 한 번의 물음이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박용욱 신부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윤리학교실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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