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중략) 여름 징역은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합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도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신영복이 통혁당 사건 무기수로 수감 중에 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1988년)의 일부다. 감옥에서의 소소한 일상을 따뜻하고 정감 있는 시선으로 표현해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왔다. 감옥에서의 체험담이 베스트셀러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김남주도 1980년대 남민전 사건으로 복역 중 시집 3권을 내고 '투사 시인'으로 이름을 얻었다. 필기구 반입이 금지되던 때라 빈 우유팩 따위에 못으로 긁어 시를 썼고, 출감자나 교도관에 의해 몇 편씩 외부로 전해져 시집으로 묶여 나왔다. 음침하고 불결한 곳에서 시를 쓴 탓인지, 피·학살·전사·비명·죽창·도살장 같은 살벌하고 전투적인 시어가 두드러진다.
그는 사상범들에게 일체의 필기도구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민족문화의 큰 손실이라고 주장했다. "단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도, 로마의 철학자 보에티우스의 '철학의 위안'도, 인도 수상 네루의 '세계사편력'도 감옥에서 쓰여졌다." 감옥에서 대작이 나올 수 있는 것은 '머리가 맑아져 자신의 삶을 객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중근 의사가 '안응칠역사' '동양평화론'을 저술한 것도 뤼순 감옥에서였고, 백범 김구가 시골 촌부에서 투철한 독립운동가로 변신한 것도 2년 가까운 감옥 생활에서 비롯됐다. 사도 바오로가 쓴 13편의 편지도 로마 감옥에서 쓰여졌으니, 신약성경의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는 구절이 떠오르는 사례다. 예전에 농담삼아 '불후의 저작을 남기고 싶으면 감옥에 가라'고 한 말은 그리 틀리지 않은 셈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새벽 구속 수감되면서 감옥 생활을 시작했다. 1년 사이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정의는 실현된 것 같지만, 뭔지 모르게 뒷맛은 개운치 않다.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유엔인권위에 제소했을 정도이니 감옥 생활이 그리 녹록지 않은 모양이다. 이들에게 고달픈 감옥 생활에서 사색하면서 뭔가 보람있는 것을 얻으라고 충고하면 모욕적인 말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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