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시달리는 미혼모 장희영(가명'29) 씨와 아들 장인호(가명'4) 군은 벌써 열흘째 교회에 딸린 지하 단칸방에서 살고 있다. 1년치 월세 300만원 정도가 밀리면서 일주일 전 집을 비워줘야 했기 때문이다. 옷가지 등 최소한의 짐만 챙겨 나왔을 뿐 살림살이 대부분은 둘 곳이 없어 근처 빌라 통로에 양해를 구하고 쌓아둬야 했다. 지금 사는 방도 주거용이 아니어서 보일러나 화장실 등 기본적 생활시설조차 없어 외부 화장실에서 용변과 세면을 해결하고 있다.
◆자궁근종 수술 후유증, 생활고에 교회 단칸방에서 생활
장 씨는 지난 1월 말 자궁근종 수술을 받은 뒤 아직 회복 중이다. 지난해 말부터 심한 생리통과 빈혈로 병원을 찾았고 뒤늦게 자궁근종이 발견됐다. 일부 절제를 해도 재발 가능성이 너무 높다고 해 자궁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받은 지 2개월이 지났지만 몸은 여전히 불편하다. 장 씨는 "수술 후유증으로 주변에 염증이 생겨 통증과 열이 지속되는데 잘 안 낫고 있다"며 "신우신염, 신장결석도 있고 간 수치가 정상의 4배 정도라고 한다"며 고개를 푹 숙였다. 약물치료를 지속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차도가 없다. 병원에서는 치료에 도움이 된다며 한 회당 20만원 상당의 호르몬이나 철분주사를 추천하지만 비용 문제 때문에 맞지 못하고 있다. 장 씨는 "염증 때문에 허리와 배가 많이 아파서 밤에 잠을 이루기 어렵고 아침에 혼자서 못 일어날 때도 있다"고 했다.
장 씨의 몸도 아프지만 그보다 힘든 건 아직 추운 날씨에 어린 아들을 씻겨야 할 때다. 전기장판 한 장 말고는 난방시설이 없는 방에서 생활하는 인호는 감기에 걸려 연신 기침을 콜록거렸다. 천식도 앓고 있다 보니 감기가 더 무섭다.
아들의 몸이 약한 것 외에도 발달이 느리고 주의가 유달리 산만한 것도 걱정이다. 전문적인 상담이나 치료를 알아보고 싶지만 사정상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장 씨는 "아들이 어렸을 때 뇌수막염을 앓아서인지 발달도 느린 편이고 나이를 감안해도 지나치게 산만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 스스로 보기에도 커 가면서 더 심해지는 것 같고 어린이집에서도 보기 힘들어 하시고 심리치료를 받아보라는 말도 한다"고 했다.
◆5년 전 얻은 아이, 친부는 부채만 남기고 떠나
아들을 얻은 것은 5년 전이었다. 장 씨는 어머니가 폐암으로 돌아가신 후 알코올중독으로 가정을 돌보지 않던 아버지를 떠나 독립하게 됐다. 힘든 시기에 친구의 소개로 만난 남성과 사귀게 됐고 임신하게 됐다.
결혼을 약속하고 신혼집까지 꾸몄지만 뒤늦게 그 남자는 장 씨에게 입양을 종용하면서 갈라서게 됐다. 장 씨는 "임신 7~8개월쯤 됐을 때 아이를 못 키우겠으니 입양을 보내라고 했다"며 "아기를 낳고 혼자서 키울 자신은 없었지만 미혼모 시설에서 1주일 동안 데리고 있어 보니 도저히 다른 곳에 보낼 수가 없었다"고 했다.
장 씨는 그동안 제대로 된 일을 하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렸다. 기초생활수급비 30만원에 더해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 종이봉투를 붙여 30만원 정도의 소득을 올릴 뿐이었다. 장 씨는 "아기가 생기기 전엔 경리 일을 했는데 미혼모에 대한 편견 때문인지 이후부터는 면접에서 미끄러지기 일쑤였다"며 "집에서 할 수 있는 부업에 가까운 일들을 하게 됐다"고 했다.
수술 후 이마저 하지 못하게 되면서 기초생활수급비가 90만원 정도로 올랐지만 생활은 여전히 팍팍하다. 아들은 아침을 먹고 어린이집에서 하루 두 끼를 해결하지만 독한 약 때문에 입맛이 없다는 장 씨는 죽으로 하루 한 두 끼를 먹는 둥 마는 둥이다.
장 씨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장 군의 친부가 장 씨의 명의를 도용해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 4천만원이다. 빚에 대해서 알게 됐을 때 친부는 교도소에 있었다. "아기 아빠가 도움을 주기는커녕 2년쯤 뒤에 교도소에 있다며 편지를 보내오더군요. 더 이상 연락하지 않으면 저를 찾지 않겠다는데 빚에 대해 책임을 묻지 말라는 일종의 협박이었죠."
어려운 환경이지만 장 씨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스스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해 자립하는 것이 목표다. 몸을 추스르는 대로 정부에서 운영하는 취업성공패키지 참가를 준비하고 있다. 장 씨는 "꼭 취업에 성공해서 하나뿐인 아들을 반듯하게 키우는 것이 목표"라며 "아들이 힘든 환경에서 자란 만큼 주변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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