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구 씨가 심마니로 변신한 과정은 이채롭다. 안동이 고향인 그는 중학교 시절인 14세 때 약국에서 일한 적이 있다. 약국에서 아세톤, 벤졸 등 화공 약품을 취급하다 보니 심한 편두통을 앓게 됐다. 편두통이 오면 머리가 터질 듯 통증이 심했다. 병원에 가도 뚜렷한 치료를 할 수 없었다. 주위에서는 40세까지도 못 산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는 20대 초 편두통 치료를 위해 산을 찾았다. 시원한 폭포수 앞에서 통증 완화를 위해 명상을 했다. 그렇게 산을 찾다 약초를 캐는 인연을 맺었다. 30대엔 산에 오르면 1주일간 텐트를 치고 약초를 캐기도 했다. 주로 바위 절벽을 타며 자연산 산도라지를 캐왔다. 그동안 300년생 묵은 도라지를 캐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일명 '도라지 박사'로 불린다. 도라지 외에도 산삼, 상황버섯, 천마 등 수백 가지 약초를 캤다. 지금은 한 달에 4, 5번 약초를 캔다. 약초를 캐면서 심한 편두통도 치유했다. 그는 산을 다니며 약초를 캐 먹고 한 게 자신의 생명을 유지해준 비결로 생각한다. 그의 집에는 40년 약초 인생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거실과 방은 약초 보물창고다. 도라지, 차가버섯, 상황버섯, 송근봉, 송라, 하수오 등 없는 것이 없다.
약초 캐기에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그는 약초를 캐면 주위의 아픈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전통 심마니의 소박한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심마니 경험으로 체득한 약초 지식도 많다. 집도라지와 산도라지는 다르다. 집도라지는 뇌두가 없고 산도라지는 뇌두가 있다. 생장 연도에 따라 뇌두 길이도 다르다. 강원 지역 도라지는 영남 지역 도라지보다 생장 속도가 2배가량 더디다. 약효는 강원 지역 도라지가 훨씬 뛰어나다. 산도라지는 처음엔 흰색이고 해가 갈수록 흑도라지가 된다. 산삼 역시 뇌두가 있고 인삼은 뇌두가 없다.
약초 효능도 각기 다르다. 단풍마는 기관지, 천식, 관절염에 좋다. 천마는 고혈압에 좋고 중풍기가 있는 사람에 특효다. 백출은 오장육보에 좋으며 뿌리를 말려 차로 마시면 된다. 돈나물은 간이 안 좋은 사람에게 특효다. 상황버섯은 암 치료에 효험이 있다. 느릅나무 뿌리는 염증 치료에 특효다. 물을 끓여먹으면 위염 등이 낫는다. 관절염에는 오가피, 쇠무릅나무(우슬)가 좋다. 또 절벽에 자라는 부채손, 죽은 소나무에 생장하는 한잎버섯도 항암효과가 있다. 골쇄보는 뼈를 잘 붙게 하고 골다공증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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