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찰, 대구은행 채용 청탁 리스트 확보

비고란에 특이사항 기재, 정규직·비정규직 안 가려…응시자 수 수십여명 달해

대구은행 채용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이른바 '부정 청탁 리스트'를 확보하는 등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앞서 진행된 두 차례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채용을 매개로 한 부정 청탁 내용이 담긴 표를 확보했다"고 26일 밝혔다.

대구은행 인사부가 작성한 해당 부정 청탁 목록에는 응시자 이름 옆 비고란 등에 청탁자와 청탁 내용이 담긴 '특이사항'이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부정 청탁 및 채용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된 정기공채부터 무기계약직까지 걸쳐 있는 등 광범위하게 이뤄졌으며, 부정 청탁과 관련된 응시자만 수십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해당 목록에 있는 응시자들이 실제로 몇 명이나 채용됐는지와 어느 선까지 개입됐는지 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채용 비리와 연루돼 수사 대상에 오른 이들은 전 인사부장 등 4명으로, 이들은 면접 점수 등을 조작해 부정 청탁 응시자의 채용을 도운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과거 채용 과정에서 작성한 인성검사 점수표와 면접 점수를 삭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강력한 자력으로 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를 삭제하는 '디가우징' 수법으로 증거를 인멸해 디지털 포렌식으로도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검찰이 전 인사부장 등 2명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수사 동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2일 검찰은 2016년 신입 행원 채용 과정에서 임직원과 관련 있는 지원자 3명이 간이 면접에서 최고 등급(AA)을 받아 최종 합격한 데 관여한 혐의로 전 인사부장과 현직 인사 실무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그러나 법원은 이들이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고 대구은행 인사지침에 공개채용이 원칙이지만 본부장이 필요할 경우 예외를 인정한다는 점 등을 들어 영장을 기각했다. 이는 검찰이 제기한 혐의들의 사실관계를 따져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해당 규정은 은행이 정기공채와는 별도로 특별채용제도를 운용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이지, 은행이 자의적으로 행원을 채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근거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범죄사실 소명과 혐의 입증에 주력해 영장을 재청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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