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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모든 것 해결 완치 조급함 마세요

대구큰사랑요양병원

대구큰사랑요양병원 원장 김지현
대구큰사랑요양병원 원장 김지현

노인 환자 특성 

(1)연속성 

(2)약 오남용 

(3)우울증 

(4)더딘 회복

요양병원에서 노인 환자 치료를 많이 하다 보면 노인 환자는 일반 성인 환자와 매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어 일반인과 같은 경과를 예상하며 치료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자주 깨닫게 된다. 노인 환자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노인 환자는 처음 발병한 질환에 이어 다른 문제들이 연속적으로 뒤따라 발생하여 점점 더 큰 문제로 되는 일이 자주 있다. 폐렴에 이은 삼킴 장애, 와상으로 인한 욕창 발생, 방광기능 저하와 요로감염, 입원 중에 발생하는 낙상과 골절, 뇌졸중 등이 그렇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회복이 느려지며 치료기간이 일반인들에 비해 훨씬 길어진다.

둘째, 약의 부작용과 남용이 매우 흔하다. 어느 약제가 이전에는 기존 질환의 좋은 치료제로 역할을 했다고 해도 적절한 시기에 감량이나 중단을 하지 않으면 약물의 부작용이 발생하여 환자에게 위해를 일으키는 일이 많다. 그럼에도 이전의 약물을 신앙처럼 고집하는 일부 노인 환자의 특성은 약물의 변동을 어렵게 하며 남용의 수준까지 이르게 한다.

셋째, 병의 이환기간 중에 섬망이나 치매, 우울증 등 정신심리적인 문제들이 함께 동반되는 일이 흔하다. 가족의 부적절한 대응이 환자의 정신심리적인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거나 유발시키는 경우도 있어 가족의 태도 변화를 위한 노력까지 노인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는 요구될 때도 있다.

넷째, 병 전의 일상생활을 영위하던 능력이 병환 이후에는 급격히 떨어져 병이 회복되더라도 이전과 같은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수월하게 이루어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노인 환자를 치료할 때는 일반 성인 환자와 달리 돌봄이나 간병의 문제, 재활의 문제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간병으로 가족의 힘이 소진되어 적절한 치료기간에 치료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성급히 자택이나 돌봄 장소로 복귀하여도 금방 질환이 재발해 얼마 기간이 지나지 않아 다시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게 되는 일도 흔하다. 그러므로 노인 환자의 병이 다 회복돼 가는 시점에 즈음하여 환자에게 적절한 재활치료를 함께 할 수 있어야만 가정이나 돌봄 장소로의 복귀가 가능하다. 노인 환자를 위한 재활치료는 일반 성인보다 더 세심히 노인 환자의 기저 질환의 특성, 체력과 능력에 맞게 개별 맞춤화 되어야 한다.

이런 특성들 때문에 일반인을 진료하듯이 하나의 질환에만 집중하는 기존의 의학적인 체계로는 근본적으로 환자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 환자의 다양한 합병증과 돌봄의 방법까지 고민하는, 보다 포괄적인 접근이 노인 환자에게는 필요하다. 더불어 노인 환자들을 치료할 때는 가족이 처한 현실이나 요구 등이 잘 이해되고 반영되어야 한다. 비교적 건강하던 노인이 갑자기 환자가 되는 순간 함께 살던 배우자는 간병인이 되는데 이 역시 돌봄이 필요한 노인일 때도 있다. 가족 내 다른 구성원들이 타지역에서 살거나 생업에 종사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간병인을 구하게 된다. 마음에 드는 간병인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까우며 비용도 한두 달 이상을 초과하여 감당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노인 환자 한 명이 발생함으로 인해 바쁘게 살아가던 가족의 생활 균형이 상당히 오랜 기간 깨져 가족들이 모두 스트레스에 직면하게 된다. 가족들이 평소에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며 협력과 책임 분담이 비교적 잘 이루어졌다면 그래도 스트레스에 직면하여도 위기를 잘 헤쳐나가긴 하겠지만, 평소 의사소통이 어렵고 가족이 발생한 문제에 대해 책임을 서로 회피하는 상황이라면 가족 간의 갈등은 매우 커지는 단계까지 되는 것이다.

가족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돌봄과 의료적인 요구 둘 다의 충족을 위해서 요양병원을 찾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도 가족들은 돌봄과 의료에 대한 신뢰를 하지 못하고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문제만을 해결하면 되겠지 하는 안일함이나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급함을 버리고 노인 개인의 특성 및 치료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하며 다가온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것이다. 적절히 기다리며 치료에 최선을 다하고 환자가 서서히 회복에 이르는 적절한 시기를 골라 환자에게 필요한 재활치료가 이루어진다면 이전과 같은, 또는 이전과 같지는 않을지라도 조금 더 나은 정도의 회복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도움말 대구큰사랑요양병원 원장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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