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사만어 世事萬語] 자갈마당 지주(地主)

대구의 대표적 성매매집결지인 속칭 자갈마당 일대가 민간개발로 흐름이 잡히고 있는 분위기다. 공공 주도 개발은 재원 부담에다 의무시설(공공시설 및 녹지 등)로 인해 투자비 회수 가능성이 낮은 반면에, 민간개발은 개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 자갈마당 토지 소유주를 설득하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국의 성매매집결지 중 '철거된 곳'은 대부분 민간개발 방식을 택했다.

땅을 가진 사람이 그 이익을 극대화하고 싶어 하는 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꺼림칙한 측면이 있는 것은 자갈마당 지주(地主)의 독특한 특성 탓이다. 그들은 결코 선의의 시민이라고 하기 어렵다. 자갈마당은 일제강점기 대구읍성을 허문 흙으로 저습지의 물을 메워 만들어졌다. 1894년부터 10년간 일본군 통신대가 주둔했고, 1908년 집창촌이 건설되었다. 무려 110년의 성매매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현재 자갈마당 지주들은 이곳이 불법 성매매 지역인 줄 알고 땅(건물 포함)을 소유하였고, 그 불법행위들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다. 워낙 은밀하고 불법적으로 자행되는 일이라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일부 지주들은 성매매 업소를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는 귀띔이다. 임대를 했다고 하더라도 불법 성매매를 이용해 막대한 부당 이익을 올린 것은 별반 다르지 않다. 생계형 성매매 여성이나 운영자(일명 포주)와는 차원이 다르다.

민간개발은 이해관계자, 특히 지주들의 이익을 최대한 높이려는 경향이 강하고 이는 곧 난개발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벌을 받아야 할 지주들이 오히려 엄청난 개발 이익을 독점할 수 있는 딜레마가 자갈마당 민간개발에 숨어 있다. 또 자갈마당 일대의 난개발은 인근 달성토성 복원 등을 통한 대구도심재생사업에 걸림돌이 된다. 더욱이 자갈마당은 우리 역사의 어둡고 아픈 장소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자갈마당은 우리가 그냥 흔적도 없이 싹 뭉개 없애 버려도 좋을 그런 곳이 아니다. 시민적 고민과 합의가 필요하다.

자갈마당 민간개발 방안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시민이 동의하는 '자갈마당 폐쇄'의 현실적 방안이 바로 민간개발이라는 걸 인정한다. 그리고 민간개발을 통한 개발 이익의 상당 부분이 자갈마당 지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인정한다. 다만 대구시와 중구청, 대구시민이 자갈마당 지주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볼모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자갈마당 민간개발에 그 지역의 역사성, 공공성이 반영되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지주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그동안 마이 무따 아이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