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최초의 지역정당 표방한 '새대열'의 정치 실험

29일 출범하는 '새로운 대구를 열고자 하는 사람들'(이하 새대열)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눈길을 끄는 단체다. 새대열은 '지역 내 일은 지역에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한국 정당 사상 최초로 지역정당 건설이라는 실험에 도전한다. 새대열 중심 멤버들이 지방분권운동을 주도해 온 대구 지역 개혁 성향 인사들로 이뤄져 있기에 지방분권운동의 새로운 '버전' 내지 확장판이라 할 수 있다.

새대열은 창립선언문에서 '대구를 바꾸어 나라를 살리자는 결의를 위해 모였다'고 했으니 의도는 참신하고 획기적이다. 대구는 꼴통보수로 낙인찍히면서 보수 정권에게는 이용만 당하고 진보 정권에게는 홀대만 받아왔다고 했다. 이들은 과거 회귀적인 보수, 갈등 유발적인 진보를 모두 거부하고 대구 사람만으로, 대구를 위한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새대열이 지역정당으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당법에는 정당을 창당하려면 중앙당은 서울에 두고, 전국 5개 이상 광역 시'도에 지부 정당을 두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정당법 자체가 지역민의 자기결정권을 무시한 중앙집권적, 중앙예속적인 법률이다. 새대열은 선관위에서 정당 등록을 반려할 경우 헌법상 '결사의 자유'를 위배한 것으로 보고, 헌법재판을 하겠다고 하니 그 결과가 주목된다.

새대열은 이번 지방선거에 선거법'정당법 같은 법적 제약 때문에 독자 후보를 내기는 어렵다.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후보 리스트를 만들어 지지운동을 하거나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고, 청년'여성 등의 정치 유망주를 양성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새대열 내부에서는 이번에 수동적인 유권자단체에 머물 것이 아니라 정치단체에 걸맞은 적극적인 활동을 주문하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대열은 이상적인 이념을 갖고 있지만, 현실 여건을 볼 때 본격적인 정치 활동은 그리 쉽지 않다. 새대열의 활동이 거대한 태풍이 될지, 찻잔 속의 미풍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지역정당에 대한 당위성과 지향점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지방분권 시대를 열려면 지역 스스로 움직이고 행동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들의 실험이 지방분권운동과 대구의 자부심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