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주서 첫 설립, 한신장학재단 권기호 이사장

"고교 때 수혜 늘 생각" 37년간 5,500여명에 장학금 혜택

권기호 한신장학재단 이사장
권기호 한신장학재단 이사장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잊지 않고 감사 편지나 연락을 해 올 때 무한한 보람을 느낍니다."

37년째 영주에서 장학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권기호(78) 한신장학재단 이사장은 "고등학교 때 미국의 석유 재벌 록펠러의 전기를 읽고 사회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이를 실천해 오고 있다"며 "봉사 경험이 없는 사람은 봉사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베푸는 것만큼 즐겁고 보람된 일은 없다. 지금까지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권 이사장은 1969년 영주동에서 한신상호신용금고를 설립, 2008년 여'수신 5천800억원대의 거대 금고로 성장시킨 지역 경제계의 큰 고목이다. 그러나 엄청난 흑자 기업임에도, 정치적인 충돌로 2001년 영업정지를 당해 금고 문을 닫아야 하는 시련을 겪었다. 그는 한신금고 대표이사 시절인 1981년 8월 2일 사재 1억5천만원을 털어 한신장학재단을 설립했고 37년간 5천500여 명의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첫 장학금 수혜 학생은 이미 60대 장년이다. 이들 중에는 판검사, 의사, 언론인 등 유명인사도 포함돼 있다. 바로 한신장학재단의 역사와 전통이다.

"한신상호신용금고 새 사옥을 지어 이전한 기념으로 장학재단을 설립했다"는 권 이사장은 "고교 때 학비와 생활비 모두 장학금을 받아 생활한 것이 고마워 기회만 되면 장학재단을 만들어 은혜를 갚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장학재단을 만들 때는 꿈을 이룬 것 같았다. 영주에서 첫 장학재단이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영주 봉현면 노좌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풍기 금계중과 서울공고를 수석 졸업할 정도로 수재였다. 하지만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를 여의고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는 서울공고를 졸업한 뒤 가정을 돌보기 위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할아버지를 모시고 농사일을 도왔다.

그가 사회에 첫발을 디딘 곳은 군 복무 후 입사한 대한통운(1964년)이다. 1969년 덕풍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1972년 대원석유 전무(주주)로 참여했고 이후 35세(1975년) 나이로 한신상호신용금고 대표이사로 발탁돼 1998년 은퇴할 때까지 23년간 근무했다. 당시 30억원의 자본금으로 출발한 금고는 여'수신 6천억원대에 육박하는 지역 최대 금융기관으로 우뚝 섰고 권 이사장은 지역 금융계의 큰손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1998년 금고 대표이사를 은퇴하면서 100억원에 달하던 전 재산을 한신장학재단에 기탁, 현재 자본금이 120억원에 이른다. 한신장학재단은 해마다 300여 명의 학생에게 장학금 2억5천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권 이사장은 "한신장학재단은 학생뿐만 아니라 체육단체'복지시설'고령자'예술'문화단체 등도 지원하고 있다"며 "지금은 금리가 내려서 장학금이나 지원금 규모가 줄었지만 금리가 높을 때는 10억원 이상 지급했다"고 전했다. 금융계의 큰손이던 권 이사장은 국제라이온스협회 총재, 상호신용금고 경상북도 지부장 2선, 상호신용금고 중앙회 의장 3선을 역임했다. 상호신용금고 중앙회 의장 당시에는 예금 1계좌당 5천만원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예금자보호법을 만들기도 했다. 그는 시각장애인 후원 1억원, 대한광복단 설립기금 1억원 지원, 지체장애인 7천만원 후원 등 통 큰 기부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정치나 벼슬에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 오직 지역경제 발전과 장학사업에만 한평생을 매진해 왔다. 그는 영주시의회 의장 무투표'농림부 장관'상공회의소 회장'국회의원 비례대표 등을 권유받았지만 모두 사양했다. "벼슬 욕심 때문에 회사를 망칠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 사양했다. 그런 걸 하고 싶어 애태우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정치적 변절을 요구하는 조건이 붙어 있어 하고 싶지 않았다. 젊을 때는 왜 안 했나 후회한 적도 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훈장, 포장, 표창, 국무총리 표창, 34개 장관 표창 등을 받았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 대통령 정책 자문위원 등도 지냈다. 현재 안동 권씨를 위한 장산문화장학재단(자본금 25억원'1993년 설립)과 고향 봉현을 위해 설립한 봉은문화장학재단(자본금 5억원'2002년 설립)도 운영하고 있다.

"국가 경쟁력은 인재에서 나오며 인재는 교육을 통해 육성된다"는 권기호 한신장학재단 이사장은 "한신장학재단의 장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해 나라를 이끌어갈 동량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