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플랜테리어로 봄을 들여놓다

식물은 사람만큼 예민해요…예쁜 것만 보고 골랐다 낭패

미세먼지를 걸러내고, 싱그러운 푸르름으로 실내를 인테리어하기 위해 식물을 키우는 이들이 늘고 있다.
미세먼지를 걸러내고, 싱그러운 푸르름으로 실내를 인테리어하기 위해 식물을 키우는 이들이 늘고 있다. '꽃 피는 봄'을 집 안에 들여놓기 위해 화훼단지를 찾은 엄마 강혜정 씨와 딸 성서윤(3) 양.
이젤과 액자를 이용해 나만의 개성을 살린 플랜테리어를 연출해 볼 수 있다. 커다란 액자를 면 분할해 모종컵을 담을 수 있는 망을 걸 수 있도록 하면 계절과 분위기에 맞게 다양한 변형이 가능하다.
이젤과 액자를 이용해 나만의 개성을 살린 플랜테리어를 연출해 볼 수 있다. 커다란 액자를 면 분할해 모종컵을 담을 수 있는 망을 걸 수 있도록 하면 계절과 분위기에 맞게 다양한 변형이 가능하다.
플랜테리어가 유행하면서 공중식물을 키우는 이들도 많다. 공중식물의 한 종류인 고에베리.
플랜테리어가 유행하면서 공중식물을 키우는 이들도 많다. 공중식물의 한 종류인 고에베리.
'꽃과 사람' 김해숙 대표.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이 왔건만 밖으로 나가긴 쉽지 않다. 들쭉날쭉 꽃샘추위를 간신히 피하고 나니 황사와 미세먼지의 공습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날은 포근하고 햇살은 눈부시건만 미세먼지 수치 예보를 보고 있노라면 문을 열고 나서기가 자꾸 꺼려진다.

이럴 때 간단한 방법이 하나 있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봄을 집 안으로 들여놓는 것이다. 화사하게 피어난 꽃들과 풍성하게 피어난 초록 잎사귀들은 보기만 해도 마음을 푸르게 만든다. 미세먼지를 걸러내 상쾌한 공기로 바꿔주는 기특한 역할도 한다.

평소 식물에 별 관심이 없는 이들도 피어나는 꽃송이와 여릿여릿 돋아나는 연둣빛 잎사귀에 자꾸만 눈이 가는 봄. 집에 식물이 없다면 소박한 '다육이' 하나 정도는 책상 위에 올려 두고 싶고, 봄꽃의 대명사인 노란 프리지어 한 다발도 거실에 놓아두고 싶은 계절이다. 기왕이면 나와 우리 가족이 정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반려식물'을 통해 봄기운을 물씬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오늘은 집에 가져다 놓을 봄을 찾아 꽃시장 나들이에 나서보자.

강정보에서 화원 '꽃과 사람'을 운영하며, 플라워테라피와 원예치료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김해숙(대구가톨릭대 산학협력교수) 대표를 통해 실내에서 손쉽게 식물 키우는 방법을 알아봤다.

◆정서적 안정감 주는 가드닝

화분 키우기, 가드닝(Gardening). 한때는 은퇴한 뒤 시골에서 텃밭이나 가꾸는 노인들, 여유로운 유럽인들의 유유자적하는 취미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식물 키우기'가 도심 속 바쁜 현대인들의 일상 속을 파고들었다. 식물이 가장 트렌디한 실내 장식 아이템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데다, 책임감과 경제적 부담으로 반려동물을 키우기가 힘든 이들은 반려식물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삭막한 도시에서 식물을 활용해 자연 친화적이고 생기 있는 실내 공간을 꾸미는 일은 상당한 정서적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단지 주기적으로 물을 주는 게 전부가 아니다. 관심을 쏟고 보살피는 활동을 통해 애정이 깊어지고 충분한 교감이 가능하기 때문에 최근 늘어나는 1인 가구의 고독감을 해결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작은 식물 하나가 일상을 소중하게 물들이는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김해숙 대표는 "식물을 키우는 일은 느리고도 충만한 돌봄 활동으로, 식물과 교감하는 시간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정비하는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며 "햇볕과 바람, 흙과 물의 만남, 그리고 꾸준한 돌봄에 따라 쑥쑥 자라기도 하고 더디게 자라기도 하는 식물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은 벗어나기 힘든 매력"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치열한 삶의 전장에서 자신의 '집'을 홀로 마음을 가다듬고 에너지를 비축하는 '케렌시아'(Querencia안식처 피난처)로 사용하는 이들이 늘면서 자연친화적인 '플랜테리어' 콘셉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플랜트(Plant)와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로 공간 곳곳에 꽃, 화분 등의 소품으로 포인트를 주는 인테리어를 말한다. 특히 최근에는 배관 철근이 그대로 드러나는 천장, 거친 벽면과 바닥을 노출시킨 인더스트리얼풍 디자인이 인기를 끌면서, 반대로 차가운 메탈이나 잿빛 실내 공간에 따스함을 가미하는 플랜테리어가 함께 부상하고 있다.

◆어떤 식물이 좋을까

봄철에는 미세먼지와 황사로 공기 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식물 키우기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김 대표는 "실내 공기의 질을 가장 친환경적으로,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식물"이라며 "그 외에도 유해 전자파를 흡수하고 음이온을 발생시켜 건강에 좋은 데다, 자연 습기 조절과 주변의 소음을 낮추고, 향기를 방출해 기분을 좋게 하는 등 실내 가드닝의 효과는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는 일은 의외로 쉽지 않다. 일조량과 통풍 조절이 쉽지 않기 때문에 식물을 고를 때 먼저 집의 환경을 고려해 까다롭게 선택해야 한다. 대충 예쁜 화분만을 샀다간 얼마 지나지 않아 생명을 빼앗는 '식물 킬러'의 자괴감만을 느낄 수 있다. 김 대표는 "해를 좋아하는 식물인지,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인지, 물을 자주 줘야 하는지, 식물이 놓일 공간과 얼마나 잘 어울릴지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봄철 가장 쉽게 저지르는 실수는 몇천 원짜리 작은 모종을 사는 것이다. 식물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경우에는 괜찮지만, 아예 처음 시도한다면 차라리 몇 년 이상 뿌리가 정착된 화분을 사는 게 안정적이다.

김 대표는 "2년 이상 뿌리를 내리고, 줄기의 목질화가 진행된 것이 환경의 변화에도 잘 살아남아 키우기가 쉽다"고 했다. 꽃 화분을 키울 때는 먼저 핀 꽃이 완전히 말라 시들기 전 미리 잘라내 주면 다른 꽃들이 더욱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만약 집에 햇볕이 충분히 들지 않는다면 반그늘을 좋아하는 보스턴고사리, 스킨답서스, 칼라데아 등의 관엽식물을 추천한다. 물을 자주 주기 힘들다면 수생식물을 키워보는 것도 방법이다. 늘 물에 잠겨 있기 때문에 물주는 주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데다, 사시사철 푸른 빛깔을 즐길 수 있고 천연 가습기 효과도 있다. 석창포, 넉줄고사리, 물질경이, 워터코인, 에치노도루스, 속새 등이 인기다.

만약 식물이 아픈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면 대구수목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립나무병원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가 직접 식물 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관리 방안을 안내해 주는 컨설팅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개성을 드러내는 나만의 플랜테리어

식물 키우기에 조금 자신이 붙었다면 나만의 스타일 연출에 도전해 봐도 좋다. 김 대표는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마당 텃밭과 같은 베이스캠프를 마련해 두면 수월하다"고 했다. 작은 화분을 이곳저곳 떨어뜨려 키우다 보면 잘 시들게 마련이지만, 실내 작은 텃밭과 같이 커다란 받침에 마사토가 깔린 베이스캠프를 조성하고 이곳에 모아 키우면 호흡을 공유하고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훨씬 잘 자란다는 것이다. 기분에 따라 하나씩 들어내 침실이나 책상 위 소품으로 사용하다 조금 시들해졌다 싶으면 베이스캠프로 옮겨 원기를 보충해주면 된다.

좁은 실내에서는 수직 정원을 만들어봐도 좋다. 수직 정원은 말 그대로 수직 공간인 벽에 식물을 채운 것을 말한다. 벽면 하나를 식물로 가득 채워볼 수도 있지만, 관리가 부담스럽다면 간단하게 이젤을 이용해 액자를 대신할 수 있는 포인트 아이템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청량감과 깨끗함이 매력인 유리 용기 안에 식물을 키우는 '테라리움'은 인테리어 효과가 탁월하다. 유리 용기가 온실 기능을 해 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밀폐된 용기 안에서 생육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보니 저온이나 습기에 강하고 성장이 느린 식물을 선택해야 한다. 특히 과습되기 쉬워 물주기 조절에 주의가 필요하다.

공중식물도 플랜테리어에 자주 이용된다. 흙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일반 식물과 달리 공중식물은 흙과 화분 없이 공중의 습도와 온도를 바탕으로 살아가는데, 마르기가 쉬워 물주기에 신경 써야 한다. 틸란드시아와 이오난사 등이 인기다.

◇대구 꽃시장 및 화훼단지

◆대구꽃백화점

북구 칠성남로 164(1층 화분, 2층 절화, 3층 조화 및 인테리어 소품)

◆칠성꽃도매시장

북구 칠성동 대성시장 교차로에서 시청 방향 칠성지하도 진입하기 전 우측

◆동인꽃시장

중구 동인네거리에서 대구역 방향 100m 가량 직진하면 우측

◆불로동 화훼단지

불로삼거리에서 불로지하차도 진입 전 팔공로 양쪽

◆연경동 유니버시아드 화훼단지

북구 연경동, 호국로를 벗어나 동하천로를 따라 왼쪽

◆연호동 화훼단지

달구벌대로 연호역 지나 시지 방향 양쪽

◆강북꽃화훼단지

칠곡군 동명면 강북대로를 따라 동명 방면 동명교 지나기 전 양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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