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은퇴 준비는 사실 녹록지 않다. 은퇴를 앞둔 많은 50대가 뚜렷한 대책 없이 한숨만 내쉬고 답답해하는 이유다. 하지만 눈높이를 낮추고 현실을 직시하면 대안 마련이 그다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물론 지금까지 회사형 인간으로 살았던 삶의 방식에서 새롭게 다시 태어나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성공적인 은퇴 준비를 위해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국민연금, 먼저 챙겨라
은퇴가 다가올수록 공무원처럼 안정적이고 다소 넉넉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더욱 부러워진다. 국민연금은 노후 대비 수단으로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아 소홀히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대단히 잘못된 인식이다. 금융상품으로 치자면 국민연금만큼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것이 없다. 특히 서민층에게는 더욱더 그렇다. 국민연금은 예전에 납부한 보험료를 현재 가치로 재평가해 주기 때문에 소득의 실질 가치를 반영해 주고, 물가 상승에 따라 매년 4월 연금액을 조정해 주는 만큼 화폐 가치를 보전해준다. 더욱이 한 번 수령을 시작하면 살아있는 동안 계속 지급된다.
그래서 가능한 한 가입 기간을 늘려 연금액을 높이는 것이 무조건 이득이다. 이전의 직장에서 퇴직할 때 반환일시금을 지급받은 경우 '반납금' 제도를 이용하면 된다. 다시 국민연금 가입 자격을 취득한 때 이자를 가산하여 다시 납부함으로써 이전의 가입 기간을 복원해 전체 가입 기간을 늘릴 수 있다.
추납(추후 납부) 제도도 있다. 실직 등으로 인해 연금보험료를 납부할 수 없었던 기간에 대해 납부 능력이 있을 때 납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보다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의무가입 대상이 아닌 국민은 본인의 희망에 따라 임의가입을 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재테크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국민연금보다 더 안정적이고 수익률이 높은 상품은 없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국민들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만든 공적제도이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대구경북의 임의가입자 수를 보면 2015년 2만4천30명, 2016년 3만262명, 2017년 3만3천342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가장 기본이 되는 국민연금이 '최대한' 준비되어 있다면, 본인의 실정에 따라 퇴직연금, 개인연금, 주택'농지'즉시연금 등을 활용해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용국 국민연금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은 "전국 각 지사에 마련된 지역노후준비지원센터를 찾아 꼭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유드린다"면서 "내 연금 사이트(http://csa.nps.or.kr)를 이용해 노후준비종합진단 및 퇴직'개인연금 등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에 대한 마음가짐을 바꿔라
흔히 일(직업)이라고 하면 '돈'과 '지위'를 먼저 생각한다. 퇴직을 하고 나면 소득이 줄거나 없어지고 지위는 사라진다. 전통적인 직업 개념을 고수한다면 '은퇴 인간'은 '쓸모없는 사람' '사회적 낙오자'로 스스로를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불행한 인생 후반부가 시작되는 셈이다. 일을 돈과 지위로 생각하는 구태를 하루빨리 벗어 던질 필요가 있다.
은퇴 후에 일을 하려면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 'job'이 젊은이들의 직장 또는 일자리를 의미한다면, 'career'는 이직이 잦아지는 40, 50대의 경력을 뜻한다. 그러다가 은퇴 연령이 되면 천직, 소명이라는 뜻의 'vocation'이나 'calling'으로 넘어간다. 은퇴 이후 일은 단순히 돈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돌아가서 은퇴 이후를 위한 재무적 준비가 충분치 않다면 어쩔 수 없이 'job'을 찾아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애쓰는 노력의 대부분은 이 'job'과 관련된 것이다. 필요하다면 전직을 위한 기술훈련 등을 받아야 하고, 고용복지센터를 통해 내게 적합한 자리를 알아봐야 한다.
'career'를 활용해 창업을 하고 싶다면 각종 정부 지원책을 이용할 수 있다. 선도벤처연계창업지원사업, 창업선도대학육성사업, 여성벤처창업케어프로그램, 재도전성공패키지, K-Global ICT 재도전패키지, 관광벤처사업 발굴 및 지원사업 등 은퇴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창업 지원사업이 있다. 중복 지원이 안 되는 만큼 자신의 경력에 맞는 사업을 찾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정미 박사(대구경북연구원)는 "은퇴자만을 위한 특별한 정책이 있는 것은 아닌 만큼 다양한 정부 지원정책 중에서 내게 맞는 것을 찾아 이용하려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이 무너지면 '끝'이다
대구 출신으로 지역 발전을 위해 애썼던 정기준(53)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이 설 연휴 마지막 날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숨졌다. 더욱이 정 실장은 평소 건강하고 운동도 열심히 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이 더욱 컸다. 정 실장의 사례는 은퇴를 앞둔 50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비극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박언휘 한국노화방지연구소 이사장(박언휘종합내과 원장)은 "건강에 자신 있다고 하는 50대는 모두 환상이자 착각"이라면서 "아무리 유전적으로 건강한 체질을 타고 났다고 하더라도 50대가 되어서 '관리'하지 않으면 이후의 건강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50대 건강이 100세 건강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아플 때 병원에 가서는 이미 늦습니다. 특별한 질병이 없는 50대라도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혈관과 혈액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주치의를 두고, 3개월마다 혈액 검사를 하고 연 1회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은 혈액 검사를 통해서 암 예측까지 가능할 정도로 의술이 발전해 있습니다."
주치의라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단골 의사를 만들라는 말이다. 그래야만 건강에 대해 깊이 있는 상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또 "정신건강 없이 육체적 건강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중년기의 우울한 기분은 치매를 촉발시킬 위험이 큽니다. 뇌가 노화되면서 자연스레 우울한 기분이 생기게 되는데, 이런 증세를 극복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합니다." 봉사활동을 하고 좋은 친구를 사귀고 좋은 가정을 만드는 노력이 중년의 건강과 행복을 이끈다는 설명이다.
▶회사형 인간에서 벗어나라
일본에서 '단카이 몬스터'라는 책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단카이란 1947년에서 1949년 사이에 출생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이다. 68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전후 일본 경제를 일으켜 세운 주역으로 '회사형 인간'으로 평생을 보냈다. 이들은 퇴직한 뒤에도 전 직장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전 직장 후배에게 호통을 치고 업무 지시를 하는 정신병이 보고된 적도 있다고 한다. 우리의 베이비붐 세대에겐 남의 일이 아니다. 그들도 역시 회사를 전부로 알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은퇴를 앞둔 50대는 이제 '회사형 인간'에서 '가정형 인간'으로 거듭날 마음의 자세를 갖추고 노력해야 한다. 인간관계의 축을 직장에서 가정과 지역사회 쪽으로 옮겨가야 한다. 은퇴 후에는 너무 늦다.
김세나 박사(대구경북연구원)는 "30년 이상 직장 생활에만 익숙해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더 이상 출근을 하지 않게 되면 뭘 할지 몰라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생긴다"면서 "설거지, 청소 등 가사 분담을 늘리고 요리를 배우는 등 새로운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적인 여가활동'(독서, 영화감상 등)과 '동적인 여가활동'(등산, 골프 등) 간 균형을 맞추고, '돈이 많이 드는 여가활동'과 '돈을 별로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여가활동'을 균형 있게 미리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