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이 다음 달 27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것으로 확정된 가운데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이슈인 비핵화 문제에서 남북 정상이 접점을 찾는다면 한반도 평화 정착과 같은 주제로 자연스럽게 논의가 파생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신(新)베를린 선언'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완전한 북핵 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안보'경제적 우려 해소, 북미관계 및 북일관계 개선 등 한반도와 동북아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핵 폐기에 이를 때까지 여러 단계에서 북핵 문제 당사국이 서로 취해야 할 단계별 행동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해법까지 내놓은 것으로,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문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달 25∼28일 방중 기간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한 김 위원장의 발언은 문 대통령의 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지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형태로든 비핵화와 관련한 담판이 지어지려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 문제를 제일 먼저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해 접점을 찾고자 할 가능성이 크다. 본질적 문제에서 매듭이 풀린다면 다른 이슈들에서도 접점을 찾기가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6'25 종전 선언과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포함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구축하는 다자간 합의 시스템을 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한다. 남북과 미국, 중국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1996년부터 1999년까지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4자 회담을 가동한 적도 있어 충분히 전개될 수 있는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평화체제 문제에서도 의미 있는 합의를 본다면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방안도 자연스레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비정치적 교류협력 사업과 남북 경제 공동체 추진, 군사적 적대 행위 중단 등이 구체적 예다.
다만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부차적 성격의 이런 의제들을 세부적 수준까지 합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남북 정상이 하루짜리 정상회담에서 세세하게 논의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남북 간 합의한 내용의 이행 상황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이날 고위급회담 후 발표된 공동보도문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직통전화 설치와 관련한 내용이 빠진 것 역시 남북 정상 간 핫라인 구축의 파급력 등을 고려해 의제와 마찬가지로 실무 차원의 충분한 준비를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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