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만들어 내팽개친 대구공항 임시주차장, 시장이 써도 이럴까

대구시가 대구국제공항의 주차난 해소를 위해 금호강변에 임시로 마련한 무료 주차장이 있으나 마나 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초 전용 주차장이 아닌 개방형 다목적광장으로 조성한 공간인 탓에 불편한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임시 주차장에서 공항까지 이동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주차장 이용자를 위한 편의는 아예 고려하지 않은 때문이다. 한마디로 공짜 주차장을 마련해 두었으니 알아서 사용하라는 식의 전시성 행정이 아닐 수 없다.

대구시의 이번 조치를 보면 할 말을 잃게 한다. 엉터리 현장 행정 수준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임시 주차장으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까닭은 넘친다. 먼저 1㎞ 넘는 공항까지의 접근성이다. 대구시 직원이 조사한 임시 주차장~공항 간 소요 시간은 빠른 걸음이면 10~15분이었다. 이는 그야말로 맨손 나들이 차림이면 가능한 시간이다. 공항 이용객이 소지할 짐의 숫자와 무게 등을 따지면 시간은 더 걸릴 수밖에 없다.

다음은 이동 경로와 편의시설의 문제다. 공항까지 짐을 직접 들고 가지 않으면 택시를 타야 하나 이를 위한 시설은 마땅하지 않다. 이들을 위한 별도 통로도 없다. 그야말로 차량과 사람에 뒤섞여 공항까지 이동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주차장에서 10m가 넘는 언덕 계단을 짐을 갖고 오르내리는 일도 쉽지 않다. 특히 비가 내리거나 강풍 등 날씨가 궂으면 그 수고로움은 더할 나위 없다. 짐이 여럿이면 더욱 낭패다. 공항 이용자를 위한 배려는 처음부터 찾아볼 수 없다.

대구시가 부족한 공항 주차장 문제를 풀기 위해 임시 주차장을 마련한 일은 마땅하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여건으로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공항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주차 실비를 받더라도 셔틀버스 운행과 같은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주차장 이용자를 위한 비가림 등의 기본적인 편의시설도 마찬가지다. 짐을 가진 이용자를 배려하는 추가 조치도 필요하다. 대구시는 이용자 입장에서 꼼꼼히 다시 살펴야 한다. 시민행복을 최우선 기치로 내세운 권영진 대구시장이 이런 주차장을 쓴다면 과연 이대로 둘지 궁금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