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장 엔진은 제조업이다. 과거 정부 주도로 다져진 제조업은 오늘날에도 스마트폰, 자동차, 조선 등 다양한 업종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지금은 생산액뿐만 아니라 고용 측면에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분야다.
뛰어난 제품에 비해 아쉬운 점은 산업설비 제조 분야다. 탄탄한 제조업 기반에도 불구하고 정작 생산에 쓰이는 가공기 분야의 해외 의존도가 극심한 상황이다. 특히 높은 기술이 요구되는 초고속정밀가공기의 경우 독일과 일본 제품이 국내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경북 성주에 위치한 ㈜KMC는 국내에서 미개척지인 첨단산업설비 제조 분야에 뛰어든 업체다. KMC의 대표 제품은 자체 개발한 삼각구조 초고속정밀가공기다. 속도가 빠르면 정밀도가 떨어지고, 정밀도가 높으면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 제품이다. 지난 3월 16일에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산업기술혁신에 기여한 업체에 수여하는 장영실상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KMC 민병덕(59) 대표는 "초고속 가공기의 경우 빠른 속도에 의해 기계가 흔들려 불량률이 높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가공기를 삼각구조로 개선해 빠른 속도에서도 흔들림을 잡도록 했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창업 전까지 외국계 산업설비 수입업체에 20년 넘게 근무한 해당 분야 전문가다. 유럽의 산업설비를 수입하며 국산과의 기술 격차를 가장 가까이에서 실감한 것도 민 대표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갖고도 좋은 산업기계를 만들지 못할까'라는 아쉬움은 창업으로 이어졌고 민 대표는 지난 2014년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영세하게 시작한 업체는 기술력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했고 지난해 매출액이 47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민 대표는 "국내에도 가공기 생산업체는 많지만 기술력이 부족해 스마트폰 등 정밀 작업이 필요한 기계는 대부분 독일, 일본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며 "수입산보다 뛰어난 국산 기계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창업 초기 가장 큰 문제는 국내시장 개척이었다. 중국, 동남아, 러시아 등 해외에서는 이른바 '가성비'가 뛰어난 KMC의 제품을 찾았지만 국내 대기업 공장에서 외면당했다. 영세업체라 언제 망할지 모르는 데다 성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민 대표는 "업계가 대기업과 그 협력업체들로 구성된 상황에서 대기업의 외면은 큰 타격이었다. 원청업체가 쓰지 않는 제품을 선뜻 쓰려는 협력업체는 거의 없었다"며 "말보다는 제품으로 증명하고 싶었다. 몇 안 되는 구매자를 만족시키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기다리던 성과는 창업 2년 뒤에야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2016년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에서 관심을 보이며 기계 5대를 주문한 것이 시작이었다. 대기업에서 관심을 보이자 판매는 빠르게 늘어 지난해에는 23대를 팔았다. 올해는 항공 분야와 연계한 국책사업에 참여하고 경기도 화성시에 영업본부와 전시장을 마련하는 등 뛰어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민 대표는 "국내 제조업 경기가 좋지 않은데 비교적 저렴하면서 성능이 뛰어난 국산 제품으로 업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며 "해외시장에도 진출해 국내 산업설비의 우수성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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