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 언론 "트럼프와 브로맨스 과시했던 아베, 이제 후회할 것"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위 맞추기에 공들인 끝에 한때 '브로맨스'를 과시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이제는 이를 후회하고 있을 것이라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유명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1일(현지시간)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에 기고한 칼럼에서 "그 어떤 세계 정상보다 빠르게, 더 따뜻하게, 트럼프 대통령을 껴안았던 아베 총리가 아마 지금쯤 '구매자의 후회'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는 내가 크게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추켜세웠던 아베 총리의 발언이 무색하리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일본의 기대를 크게 비켜나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80년대 이미 일본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던 인사였다.

1989년 이 부동산 재벌은 일본을 "미국의 피를 조직적으로 빨아먹는다"고 비판하며 모든 일본산 제품에 20%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또 대선 기간에는 "우리가 더는 부담할 수 없다"며 일본이 안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11월 8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꺾고 대선에서 승리하자 아베 총리는 세계 정상 가운데 가장 먼저 트럼프 대통령을 찾아갔다.

불과 50일 전 뉴욕 방문 때 클린턴 후보를 먼저 찾아간 것을 생각하면 180도 달라진 태도였다.

아베 총리는 당시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과 "신뢰 관계"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며 추켜세웠다. 이때만 해도 아베 총리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 같았다. 일본학자들도 두 사람의 '브로맨스' 조짐을 칭송하며 두 정상의 이런 관계가 미일 동맹을 견고히 유지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도박은 날이 갈수록 더욱 나쁜 상황으로 흐르는 듯하다. 아베 총리의 계산이 엇나갔다는 것은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발을 뺐을 때 이미 감지됐다.

당초 무역 장벽을 고수하던 일본이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TPP에 참여한 것은 획기적인 순간이라 할 수 있었다.

미국은 중국을 경계하기 위해 일본의 TPP 참여가 필요했고, 일본은 자국 수출을 확대할 기회로 여겨 참여를 결정했지만, 이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어그러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TPP 탈퇴에 그치지 않고 수입산 알루미늄과 철강에 관세를 매기는 등 잇달아 관세 부과 정책을 내놓고 있다.

제프 킹스턴 템플대 도쿄캠퍼스 아시아연구소장은 "트럼프에게 굽실거리면 해결될 것이라고 믿다니 불쌍하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대북 정책도 아베 총리의 후회를 부추긴 요인이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와 화염" 발언에 박자를 맞추며 애를 썼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회담을 선언하면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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