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DGB금융 지주회장 '외부 수혈론' 의견 분분

그룹 쇄신 논의 본격화…비리 의혹에서 자유로운 인물 금융당국 '외풍' 막을 수 있어

'새 선장'을 찾아 나서는 DGB호(號)의 여정이 마침내 시작됐다.

박인규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막 오른 이번 여정은 한 달 남짓한 짧은 일정 안에 '적임자'를 찾는 일뿐 아니라,

'지주 및 은행 분리 여부'라는 지배구조 개편 문제까지 건드려야 하는 만만찮은 과제를 떠안고 있다.

DGB 한 사외이사는 "이사회에서 지배구조 개편 시 장단점에 대한 얘기를 나눴지만, DGB 주주와 직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여론을 수렴해 결론을 내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2일 이사회에서 직무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한 DGB의 당면 현안은 지주 및 은행 분리 여부다.

DGB금융지주는 국내 금융지주회사 중 유일하게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는 지배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일각에선 박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및 채용 비리 등이 회장이 행장을 겸하는 '제왕적 경영 구조' 탓이라고 지적하면서 지주와 은행을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앙 금융지주회사는 물론이고 같은 지방 은행인 JB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도 지주와 은행이 분리돼 있다는 것이다.

반면 DGB가 처한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지주와 은행 분리는 맞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DGB는 '2은행 체제'인 JB지주, BNK와 달리 '1은행 체제'이고, 7개 자회사 중 대구은행 비중이 90%를 훨씬 넘어 분리 실익이 낮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지배구조 개편 논의는 결국 후임 최고경영권자를 지주회장 겸 행장으로 할 것인지, 지주회장과 행장을 각각 뽑을 것인지의 문제다. 지주회장과 행장을 각각 뽑는다면 지주회장을 먼저 선임하는 것이 무난하다는 관측이다.

지배구조 개편 논의는 차기 CEO를 전'현직 DGB 출신으로 할지, 외부 공모로 대상을 확대할지와도 연결된다. 지주회장은 중앙 출신 인사가 맡아 금융 당국의 '외풍'을 막고, DGB 출신 행장은 '내치'에 전념하자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 경우 DGB가 안고 있는 여러 비리 의혹에서 자유롭고 참신한 인물을 회장으로 뽑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런 이상적인 '역할 분리론'이 실제 회장과 행장을 따로 선임했을 때 잘 작동할지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도 DGB 안팎에서 제기된다. 지역 사정에 어두운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가 따라온다.

DGB 안팎에선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신중 모드다. 대구은행 노조 측은 "금융업에 대한 이해가 없는 낙하산 인사는 반대이지만, 검증만 제대로 된다면 외부 공모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지주와 은행 분리 여부는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사항"이라며 직원들의 의견을 물을 예정이라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