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醫窓)] 4년 후에 또 만나요

평창동계올림픽 덕분에 칼럼이 일시 중지되었다. 글쓰기의 부담과 걱정 대신 올림픽의 멋진 장면을 볼 수 있었으니 여간한 이득이 아니다. 올림픽의 묘미 중 하나는 4년 주기로 경기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잠깐의 실수가 4년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기에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아슬아슬함을 느끼게 한다. 또 이를 이겨낸 승리자에겐 가볍지 않은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그 감동이 더해진다.

의창의 휴재기 동안 필자는 연구 발표를 위해 타이베이에서 개최된 제21차 신경영상 심포지엄(Symposium Neuroradiologicum이하 심포지엄)에 참석하였다. 이 심포지엄은 1939년 벨기에 안트워프에서 개최된 이래 4년마다 개최 도시에서 신경영상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와 연재 발표가 진행된다. 아시아에서는 1994년 일본의 구마모토 이래 두 번째로 타이베이에서 개최됐다.

이번 심포지엄에선 최근의 동향을 반영하는 딥러닝, 혹은 인공지능이 주요 테마에 올랐다. 실험실과 임상과의 연계과정, 선별검사 이전의 인구학적 영상 등 미래의 의학 발전에 대한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올림픽과 같이 이 심포지엄도 전체 위원회보다는 개최국 중심으로 행사가 기획돼 뚜렷한 색깔을 나타냈다. 오랜만에 동양에서 개최되어서인지 동양화, 붓글씨, 도자기 등 동양적 예술과 접목시키려는 노력도 평가받을 만했다.

메디시티가 대구의 주요 정책 산업의 하나라면 이런 의학 컨벤션에도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올림픽을 두 번이나 개최하였고, 월드컵과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굵직한 이벤트도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이런 국제적인 이벤트는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정치권이 총출동하는 데다 언론도 엄청나게 홍보한다. 관심에 비례해 투입되는 세금도 엄청나다.

이에 반해 의학 컨벤션은 기존에 설치된 호텔이나 컨벤션센터를 이용하기에 새로운 투자 비용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그 과실이 꽤 쏠쏠하다. 지난번 지면을 통해 소개한 바 있는 북미방사선의학회의 경우 개최 도시인 시카고시가 일주일 만에 벌어들이는 수입은 2천억원이 손쉽게 넘어간다.

스포츠 컨벤션과는 다르게 의학 컨벤션은 몇 가지 조건이 따른다. 국가가 나서서 행사를 유치하는 것이 아니기에 해당 분야의 의학 수준이 매우 중요하다. 높은 의학 수준을 가진 인력이 있어야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이 높고 대형 컨벤션의 유치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문화 관광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개최 도시의 협조도 매우 중요하다.

이 심포지엄은 4년 후 뉴욕, 그리고 8년 후에는 런던에서 개최된다. 대구의 메디시티가 성공한다면 한국이 개최 장소가 될 수도 있다. 첨단기술의 메디시티와 2천년 고도 경주의 조합이라면, 의학 컨벤션 분야에서 상당한 가능성과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스스로도 4년 후에는 좀 더 나아진 모습으로 세계의 친구들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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