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페이미투

브래드 피트'오프라 윈프리가 공동제작한 2014년 영화 '셀마'는 1965년 미국 앨라배마주 셀마에서 벌어진 '피의 일요일'을 다룬 영화다. 3월 7일 마틴 루터 킹 목사 등 600여 명이 흑인 투표권 보장을 요구하며 몽고메리까지 86㎞의 평화 행진을 시작한다. 하지만 기마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에 부상자가 속출했다. 또 인권운동가 제임스 리브 목사의 피살로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진다.

셀마-몽고메리 행진은 미국 흑인 참정권 운동의 상징적 사건이다. 미국은 1870년 수정헌법 15조에 인종에 관계없이 참정권을 허용했다. 하지만 선거 업무가 각 주에 위임돼 사실상 흑인 투표권은 무시됐다. 남부의 주들은 '문맹 검사'를 동원해 흑인 투표를 가로막았다. 이런 차별을 깨기 위해 셀마를 기점으로 흑인 투표인등록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셀마의 유혈 사태는 대규모 흑인 시위로 번졌다. 상황이 심각하자 린든 존슨 대통령은 3월 21일 3차 행진 때 연방군에게 퍼레이드 호위를 명령했다. 2만5천 명의 행진 대열이 몽고메리에 도착한 것은 나흘 후다. 존슨 대통령 발의로 투표권 차별을 금지하는 '투표권리법'이 그해 8월 의회를 통과하면서 근 100년 만에 수정헌법대로 된 것이다.

요즘 성적 피해를 당한 여성의 '미투'(#Me Too) 폭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반면 영국에서는 남녀 임금차별 해소를 촉구하는 '페이미투'(#Pay Me Too)가 큰 이슈로 떠올랐다. 의회 여성 의원들이 이 운동을 주도해 임금 불평등 실태 조사와 함께 의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적극 다룬다는 계획이다. 최근 영국 공공 부문의 시간당 남녀 임금이 공개됐는데 10곳 중 9곳에서 여성 임금이 적었다. 남녀 임금 격차는 평균 14%였다. 현재 250인 이상 기업 1만 곳이 임금 공개를 앞두고 있는데 현지 4일 자정이 데드라인이다.

영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한국에 비하면 그나마 양반이다. 우리나라 남녀 임금 격차는 2014년 기준 36.7%로 OECD 25개국 중 단연 1위다. 2010년(39%)에 비해 감소하는 추세이나 OECD 평균치(15.6%)와는 여전히 큰 차이다.

헌법 32조와 근로기준법 6조에 남녀 성을 이유로 임금'근로조건 등 차별적 처우를 못하도록 규정했으나 현실은 다르다. 여성 고용률과 임금 수준이 높은 나라가 출산율도 더 높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임금 격차 문제는 우리 사회가 넘어야 할 또 하나의 고비이자 기회다. 셀마나 '빅 벤'에서 얻을 교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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