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세상에서 겨우
백 일을 살다가 갔지요
세상 더 먹은 나는 살아남아
철딱서니 없이 이 골목 저 골목 쏘다녔지요
어미는 꽃 피는 봄날,
꽃 따러 갔다가
꽃 따라 가버렸지요
우리 어머니
손놀림, 그렇게도 빨랐다더니
좋은 솜씨 칭찬도 자자했다더니
흰 명주옷 입고
하느적 하느적 나비 되어 날아가 버렸지요
병원 침대에 누워서
눈에 밟히는 어린 새끼들 남기고
그 새벽 어둠에 말려 가버렸지요.
―시집 『무화과나무가 있는 여관』 (시와 사람,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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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봄날에 참꽃 따러 갔다가 꽃귀신 따라 가버린, 이별의 애절통절(哀切痛切)한 서사다. 미인박명이라 했던가? 바느질 솜씨도 좋은 어머니는 일찍이 병상에 누웠다가 손수 지어 놓은 명주옷 입고 그 어둑새벽에 홀연히 "하느적 하느적 나비 되어 날아가" 버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새끼들 남겨두고서…. 백 일을 갓 지난 젖먹이 동생은 두견새 되어 진달래 산천으로 날아가고, 그 핏빛 울음으로 해마다 봄이 되면 홍역을 앓듯 산천이 붉게붉게 타오르는가? 천애(天涯)의 고아로 마지못해 살아남은 '나'는 "철딱서니 없이 이 골목 저 골목을 쏘다니며" 아직도 허송세월하는가?
이처럼 어린 화자는 어머니와 함께 갓난 동생마저 갑작스레 먼 세상으로 떠나보냈으니, 그 심적 고통과 슬픔을 어떻게 감당하고 치유할 수 있었으랴? 한평생 뼈에 사무친 비애, 설움, 한, 그리움이라는 정서가 애조를 띤 전통적 가락을 어느 결에 불러와, 이 청명한 봄날에 인간이별을 고하는 만고절창(萬古絶唱)으로 울려 퍼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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