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관은 지금부터 열외 하도록!'
대한민국 젊은이로 군대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씁쓸한 입맛을 다지거나 아픈 기억을 떠올릴 만한 단어, 고문관(顧問官)이다. 원래 뜻과는 달리 지난 시절, 군대에서는 부정적인 말로 쓰였다. 미 군정 때 파견 미군이 우리 말에 서툴고 어눌해 행동마저 재바르지 못하고 실수도 잦았던 까닭에 본뜻에서 벗어났다는 유래가 있지만 고문관 딱지는 말하자면 왕따의 시작이었다. 그 결과는 열외, 홀대의 차별 대우조차 마땅한 일로 여길 정도였다.
지금 남북 간 북핵 해법을 위한 정상회담 개최 등을 둘러싼 주변 강대국 외교 활동을 두고 열외나 통과, 홀대를 뜻하는 듯한 영어 단어(passing)가 유행이다. 남북 북핵 해법 논의 외교에서 특정 나라가 제외되고 있다는 뜻인 듯하다. 그런데 이런 용어가 나라 안, 특히 대구경북의 상황을 빗대 비판하는 데에도 쓰이고 있다. 즉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구경북을 푸대접하는 듯한 모양새를 언론에서 비판하기 위해 원용되고 있는 셈이다.
대구경북 '열외'는 마치 대구경북의 특정 정당에 기운 민심이나 여론, 선거 결과를 두고 한때 빚어진 정치권 등에서의 대구경북 '때리기'(bashing) 현상을 떠올리게 한다. 대구경북 '때리기'는 물론 정치적으로 자초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논란이 되는 정부'여당의 대구경북 정책과 예산, 사업 등 여러 분야에서의 '열외' 현상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만약 그렇다면 이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즈음, 대구경북은 깊은 고민의 시기를 맞게 됐다. 바로 다가오는 6·13 지방선거다. 지금처럼 '묻지 마' 선거로 대구경북이 또 '때리기' 당하고 고문관처럼 '열외'가 되는 앞날을 되풀이할지, 아니면 봄날 화사한 꽃처럼 벌과 나비가 찾아올 수 있도록 할 것인가를. 사람이 속을 만큼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만든 꽃인 가화(假花)와 조화(造花)에는 벌과 나비는 없다. 사극에서처럼 현란하고 생명 없는 가화, 조화에는 그저 만든 가짜 새와 나비, 벌만 날아들 뿐이다.
향기, 특히 꿀이 없는 꽃은 벌과 나비를 부를 수 없다. 피는 꽃은 자연의 섭리로 열매를 맺고 그 결실로 다음 세대로 생명을 잇는다. 이를 위해서는 벌과 나비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꽃이 향기와 꿀로 벌과 나비를 유혹하는 까닭이다. 대구경북이라고 다를 수 없다. 이 흐드러지는 봄날, 자연의 꽃에서 대구경북이 살 길을 배우는 일,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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