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50년 사사에서 박정희·박태준 흔적 지우려는 포스코

오는 7월 발간 예정인 포스코 사사(社史)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 관련 내용이 대폭 삭제·수정될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 근·현대사를 수정주의 사관에 맞춰 재해석하려는 정부 차원의 역사 수정 움직임이 민간 기업의 사사 편찬 작업에까지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할 만하기 때문이다.

2015년 '포스코 50년사 발간 TF팀'이 발족됐을 때 사사 편찬 방향은 박정희·박태준 두 사람을 중심축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 없는 포스코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다. 포스코는 1960년대 초반 건설 계획이 마련됐으나 자금이 없어 10년 가까이 착공이 지연됐다. 미국, 영국 등 선진 5개국 철강회사 컨소시엄이 최빈국 한국의 철강산업 육성안을 믿지 않아서다. 당시 세계은행(IBRD)은 "한국에 제철소를 지으면 투자금을 날릴 것"이라고 했으니 그럴 만했다.

이런 결정적 난관을 돌파한 것이 대일청구권 자금을 활용하자는 박 전 회장의 구상이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청구권 자금 중 7천370만달러에 일본은행 차관 5천만달러를 보태 '종잣돈'을 마련했다. 이를 밑천으로 박 전 회장은 포항 영일만 허허벌판에 '할 수 있다'는 신념 하나로 '안 된다'는 선진국들을 비웃듯 세계적인 제철소를 세웠다. 우리 역사를 통틀어 손에 꼽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랑스러운 역사이다. 이를 빠짐없이 기록하고 현양(顯揚)하는 것은 현 세대를 위해서도, 후대를 위해서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지난해 5월 정권이 바뀌면서 포스코의 사사 편찬 방향은 두 사람에 대한 내용의 대폭 축소·삭제로 바뀌었다고 한다. 포스코의 자기부정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절대빈곤을 종식시킨 개발연대의 공적에 대한 부정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박정희·박태준 흔적 지우기' 시도가 포스코의 자발적 판단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포스코 주변에서 사사 편찬 방향 수정이 역사 교과서 개편 등 문재인 정부가 시도 중인 역사 수정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소리가 나오는 것은 심상찮다. 사사는 사실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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