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의도 통신] 국회 파행

'벼락치기'는 국회의 못된 버릇 중 하나다. 법안 처리 등을 미루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처리하는 행태는 한결같이 봐온 장면이다.

그 버릇이 4월 임시회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지난 2일 임시회가 문을 열었지만 시작과 동시에 파행이다. 그날 예정된 본회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열리지 못했다.

3일에는 한국당의 보이콧 선언 여파로 상임위가 줄줄이 멈춰 서면서 '개점휴업' 상태다. 방송법을 처리하자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주장에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도 함께 처리하자고 하는 바람에 협상이 엇나갔고 이에 의사일정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게 원인이다.

파행은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 지방선거 전 사실상 마지막 임시회인 데다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큰 이슈가 던져져 있어 임시회에 대한 관심도가 낮기 때문이다. 헌법 개정 논의는 물론이고 추가경정예산을 비롯한 쟁점 법 처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들린다.

여야 대치에는 공식이 있다. 정부'여당은 정책을 실현할 수 있도록 관련 법들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야당은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들어달라며 협상 테이블에 앉지만 서로의 주장만 외치다 뒤돌아선다.

4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 국민투표 실현을 위해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현행 국민투표법 개정을 국회에 요구했다. 국민투표법 개정 없이는 명부 작성조차 할 수 없어 개헌 국민투표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즉각 "청와대발(發) 개헌 물타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여당은 개헌 의지를 드러내며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한국당을 압박하지만 한국당은 일련의 행태를 지방선거용 개헌 이슈 띄우기로 보고 있다.

여야 간 '힘겨루기'에는 어느 당도 과반을 점하지 못하고 있는 구조적 부분이 상당한 몫을 차지한다. 무엇보다도 사안별 해결이 아닌 여러 건을 연계,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자는 식의 '패키지' 처리 습성을 버리지 못한 탓도 크다. 여야의 거대 담론에 민생법안이 '볼모'가 되는 사례는 비일비재했고, 자주 목격된 모습이다.

명저 '인간관계론'에서 데일 카네기는 "상대방을 움직이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이 원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것을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가 파행을 풀고, 또 벼락치기 버릇을 없애기 위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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