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렬로 따라오세요. 자, 달려 봅시다!"
5일 오전 8시 대구도시철도 2호선 만촌역 앞. 녹색 외투를 입은 시민 2명이 자전거를 타고 역 앞에 도착했다. 오전 7시 30분에 신매네거리를 출발한 이들은 부슬부슬 내리는 빗줄기도 아랑곳하지 않고 힘껏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이 주행거리에 따라 마일리지를 쌓을 수 있는 '자전거 출퇴근 챌린지'에 동참한 이들이다. 참가자들은 안전을 확보하고자 자전거 여러 대가 함께 주행하는 '바이크버스'를 만들어 도로를 달렸다.
바이크버스는 범어네거리를 거쳐 수성교 방향으로 내달렸다. 달리는 도중에 참가자들이 합류하면서 대열은 8명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몸집이 커진 바이크버스도 차량들의 경적은 피할 수 없었다. 창문을 열고 "왜 자전거를 끌고 나오냐"며 소리치는 운전자들도 목격됐다. 김동환(59) 씨는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도로가 없는 구간에서는 가장 하위 차로의 절반을 차지하고 달릴 수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타면 욕먹기 십상"이라고 씁쓸해했다.
자전거 출퇴근족이 무리를 지어 달리는 건 차들의 위협 때문이다. 차들이 질주하는 도로에서 홀로 달리는 자전거는 늘 사고위험에 노출된다. 김고웅(42) 씨는 "얼마 전 동성로 부근에서 혼자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다 급하게 끼어드는 버스 때문에 넘어질 뻔했다. 무리 지어 '바이크버스'를 만들면 차량의 위협이 훨씬 덜하다"고 말했다.
이날 캠페인에 참여한 이들은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 확산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 자전거 이용을 확산하려면 자전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자전거 전용 컨테이너 주차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구 상리공원 자전거교육장에서 강사로 일하는 배태용(52) 씨는 "많은 사람들이 어릴 적에 자전거를 도둑맞거나 훔친 경험이 있을 것"이라며 "요즘도 자전거 도난 사고는 굉장히 많다"고 했다. 그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서는 서울시가 시범 운영하고 있는 실내형 자전거 보관소와 같은 시설이 꼭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바이크버스는 한 시간을 달려 오전 8시 30분쯤 반월당네거리에 도착했다. 율하동에서 19㎞를 달린 오용석(42) 씨는 포인트 1천900점을 얻었다. 오 씨는 "커피 한 잔 사먹을 돈을 벌었다"며 "아직까지 자전거로 도심을 달리기엔 위험하고 힘들지만, 차보다 자전거 출퇴근이 많아질 때까지 계속 달릴 것"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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