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박근혜 전 대통령 중형 선고, 씁쓸하다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과 함께 국정 농단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1심 재판부가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의 중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뇌물수수 등 18가지 혐의를 적용했고 서울지방법원 김세윤 부장판사는 이 중 16가지를 유죄로 인정했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과 옛 새누리당 국회의원 공천 과정에 관여한 혐의에 대해서는 별도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또한 형량이 더해질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1952년생으로 올해 만 66세다. 1심 형량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남은 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할 처지가 됐다.

재판부는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774억원 강제 모금, 롯데 뇌물 혐의 등 검찰이 요구한 대부분의 혐의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증거능력을 다투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수첩은 판단 근거가 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사초(史草) 라 부르며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에 깊숙이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던 수첩들이다.

이 점에 있어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거부가 괘씸죄에 걸린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본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심 재판부가 구속기간을 연장하자 "법치 이름을 빌린 정치 보복은 제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는 심경을 밝힌 후 재판을 거부해 왔다. 이날 선고공판도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은 가운데 이뤄졌다. 그러자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부인하면서 반성하지 않는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그동안의 출석 거부가 중형 선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을 갖는 이유다. 재판 불출석은 아쉽지만 박 전 대통령의 '정치 재판'이라는 주장 역시 마땅히 그 판단 경위를 짚었어야 했다. 여전히 박 전 대통령 측은 '개인적으로 이득을 취한 게 없는데 뇌물죄라니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모든 것을 잃었다. 탄핵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첫 대통령으로 기록된 것부터가 치욕이다. 부모에게도 죄인이 됐다. 거기에서 그친 것이 아니었다.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모자라 국정 농단이라는 온갖 죄를 받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도 포승에 묶인 모습이 공개되고, 국민 알권리를 충족한다며 궐석이 분명한 1심의 생중계가 허용되는 등 갖은 수모를 겪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 그런 박 전 대통령에게 남은 생을 감옥에서 마무리하라는 것은 씁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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