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 기획 올해 유리상자 두 번째 전시는 회화를 전공한 박경제 작가의 설치작품 '345kV'이다. 박 작가는 현실 사건들이 어떻게 우리의 삶과 관계하고, 그 삶의 일부가 어떻게 예술과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 흥미로운 해석을 실험하고 있다.
그의 실험적 예술 설계는 우리가 별다른 생각 없이 이용하던 전기의 '송전탑' 설치 반대운동 관련 사건에서부터 시작된다. 아름답고 편리한 문명의 이기처럼 각인되는 전기의 상징으로서 '붉은빛'의 양면적 은유로 생명체의 불안에 관한 '두려움'의 언어를 새롭게 구사하려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작가는 자신이 대면한 어떤 '두려움'의 상황을 그리거나 윤곽을 구획하고 오브제를 세우는 조형 설계를 통해 자신만의 회화적 공간을 설치한다. 작가에게 있어 '붉은빛'은 단순한 장식적 눈요기가 아니라 우리들 현실의 삶과 그 대응 태도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하려는 '두려움'의 상징이다.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은 밀양시의 765㎸ 고압 송전탑과 청도 각북면 삼평리의 345㎸ 송전탑을 지나 각 가정에 운반된다. 설치작품 '345kV'는 삼평리의 송전탑이다.
박 작가는 삼평리에 세워지는 여러 345㎸ 송전탑 중 마지막 한 기를 막기 위해 2009년부터 지금까지 한전과 정부에 맞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 특히 평생 동안 땅을 일구며 자연과 이웃에 의지해 살아온 할머니들의 '두려움'에 주목한다. 작가는 150×350㎝ 크기의 송전탑 2개와 150×200㎝ 크기의 송전탑 5개를 설치해 전선으로 연결하고 그 아래에 붉은색 빛을 발하는 가느다란 형광등을 설치했다. 그리고 송전탑을 거친 전기를 가정으로 배분하는 변압기를 중앙에 설치하고 그 변압기 구조물 속에서 제한적인 형태로 식물이 자라도록 해 연출했다. 희망과 행복을 상징하던 행운목은 기학적인 세상 속에서 이제는 희망을 떨궈버린 듯 기형적인 형태를 띤다. 전시장의 바닥은 송전탑의 그림자와 겹쳐 묘하게 여린 감성을 자극하는 식물과 붉은빛, 청도 삼평리 현장의 흙, 사건의 장면을 기록한 345장의 흑백사진들을 그날의 기록으로 깔아 놓았다.
박 작가는 "마을을 둘러싸 버린 여러 송전탑 중 민가와 제일 가까운 1기만이라도 조금만 멀리 세워주길 바랐던 삼평리 주민들의 간절함을 묵살하고 공사는 진행됐다. 긴 세월이 기억하는 연대와 투쟁, 좌절과 희망, 불안과 행복을 이 구조물로 이야기하려 했다"고 했다. 5월 27일(일)까지. 053)66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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