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륙에 진출한 네덜란드 사람들이 1626년 아메리카 원주민들로부터 24달러어치 장신구를 주고 섬 하나를 사들였다. 이 섬이 저 유명한 맨해튼이다. 뉴욕의 중심지인 맨해튼을 단돈 24달러에 넘긴 원주민들의 이야기는 '어리석은 거래'의 대명사 격으로 회자되는 단골 소재다.
역설적으로 그때 원주민들이 복리 8%짜리 금융 상품에 24달러를 투자해 지금까지 보유했다면 어떤 결과가 생겼을까. 월 스트리트의 투자자 존 템플턴은 380년이 흐른 2006년 기준 시점에서 원금 24달러는 맨해튼을 두 번 사고 LA 일부 지역까지 살 수 있는 금액으로 불어났을 것이라는 계산 결과를 내놨다. 이것이 재테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마법 같은 복리의 힘이다.
복리의 마법은 이론상 그럴듯해 보이나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투자 기간이 길수록 복리의 위력은 커지지만 장기적 투자를 저지하는 변수들도 많다. 투자한 회사의 도산이 가장 현실적인 위험이다. 화폐 개혁, 전란, 국가 붕괴 등 금융 시스템 자체를 리셋(reset)시키는 사건도 복리의 마법을 무력화시킨다.
이런 극단적 상황이 아닌데도 금융 투자에서는 실패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주식시장은 '개미'(개인 투자자)의 돈을 귀신같이 빨아먹는 요지경 같은 곳이다. 마크 트웨인은 작전주에 손을 댔다가 2만5천달러를 날렸다. 아이작 뉴턴은 주식 투자로 2만파운드를 잃은 뒤 한탄했다. "내가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도무지 측정 못 하겠다."
고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리며 시장 참여자들을 끌어들인다. 탐욕과 공포를 잘 절제한다면 성공 확률이 이만큼 높은 투자 수단도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PC와 스마트폰으로 금융 상품을 사고파는 것이 일상화될 정도로 거래 시스템도 발전했다. 예탁결제원에 실물 증권이 안전하게 보관돼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어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지난 6일 대한민국 증시에서는 이 근간을 송두리째 흔드는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증권 우리사주 배당 사고다.
존재하지도 않는 주식 28억3천만여 주가 가상으로 발행됐고 이 가운데 500만여 주는 거래까지 됐다. 주식시장을 '야바위판'으로 전락시켰다 해도 할 말이 없는 대형 사고다. 시스템상의 허점도 드러났다. 주식시장이 가상화폐 시장을 '코인판'이라며 깎아내렸던 것 자체가 무색해질 지경이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재발 방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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