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시대 학교 디지털화
시공간 제약 벗어난 소통 강점 많아
첨단 미디어 활용 '교육 목적' 고려
기술에 종속되지 않게 늘 경계해야
독일 산업계가 추구하는 인더스트리(Industry) 4.0, 즉 제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독일 사회에서는 학교를 디지털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독일 언론 슈테른 신문에 따르면, 올해 연방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된 안야 카를릭체크는 학교를 위한 '디지털 조약'을 강조하면서 학교에 디지털 교육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교육 정책의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연방 주는 16개의 지방 주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학교에 빠른 속도의 인터넷 연결 구축을 위해 약 50억유로의 예산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카를릭체크는 독일 공영방송 ZDF와의 인터뷰(2018년 3월 28일)에서 학교의 디지털화는 더 좋은 배움을 위한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예컨대 일방적 교육이 아닌 교사와 학생이 동시에 상호 소통을 할 수 있고 다양하고 이질적인 학생들이 함께 학습하는 교실에서 개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약 9년 전 필자의 추억이지만, 독일 대학 수업에서 발표와 강의는 OHP(Overhead Projector)를 이용하여 진행되었다. 그래서 필자는 발표를 위해 발제문(Handout) 종이를 OHP 필름에 매번 인쇄하곤 하였다. 그 당시 대학 도서관과 학과 도서관에는 이용자가 필요한 자료검색, 대출, 대출기간 연장 등의 일을 할 수 있는 전산시설이 확보되어 있었지만, 성적증명서와 학생신분증은 단과대 행정실에 직접 가서 발급받아야 했다. 지하철과 기차에서 사람들이 책을 읽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이것은 이미 1990년대부터 학교 교육의 디지털화가 시작되고 성적 입력 및 각종 대학의 행정업무를 컴퓨터 시스템으로 처리하는 한국과 달리, 독일 사람들의 일상과 교육에 첨단 과학기술의 활용은 그리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독일의 교육 정책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 여러 국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여 교육의 전반적인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의 등장은 교육 방법, 교육 내용과 교사 역할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예컨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수업 전 온라인 강의를 통해 그날 수업의 핵심 내용을 파악하고 수업 중에는 토론과 문제해결활동과 같은 학습자 중심의 수업을 의미하는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이 교육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다. 플립드 러닝을 적용한 수업과 무크(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s)와 같은 온라인 교육은 지루해하는 학생들의 모습으로 가득 찬 강의실을 바꾸는 교육혁신 모델로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사이버 학습 환경에서 지식을 전달하고 학생의 질문에 답변하는 교사의 역할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지만, 교사는 수업 중 학생과의 상호작용에서 돌발할 수 있는 즉흥적인 상황과 일회적 경험을 교육 내용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교육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의 활용은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토론과 소통, 공공재로서의 지식, 수평적인 교육 환경, 학습자의 능동적인 참여, 즉각적인 피드백, 가상 경험을 통한 수업 내용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의 유발 등과 같은 많은 장점을 제공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교육 현상의 본질이 무엇인지, 첨단 미디어 기술의 사용이 진정한 '교육적' 효과를 가져다주는지 그리고 디지털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경계해야 할 점은 교육이 빠르게 진행되는 기술 개발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육은 감각기관을 통해 사물을 인지하고 느끼며, 기존의 것을 넘어서 자유롭게 사고하고 행위할 수 있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실천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교육은 가르침과 배움이 역동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학습의 결과(학업성취도, 학습자의 행동, 도덕적 판단능력 함양)는 교육의 계획대로 필연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교육에서 디지털 기술의 활용 시 '창의성 교육'과 '학습자 중심의 교육'이라는 명목하에 첨단 미디어 기술을 교육 현장에 빠르게 적용하는 데에만 급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성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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