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째 월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발 우리를 도와주세요."
지난 4일 오후 4시 포항 복합상가건물인 밸류플러스 지하 시설관리팀 사무실. 10여 명의 청소'시설관리 노동자들이 탁자에 둘러앉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2명은 지난해 말부터, 다른 이들은 올 초부터 밸류플러스 관리업체인 ㈜리더스개발로부터 급여를 받지 못한 탓이다. 이렇게 급여를 받지 못한 청소'시설관리 노동자는 모두 27명으로, 이들이 받아야 할 돈을 합하면 1억7천여만원에 달했다.
청소 노동자 A씨는 "몸이 아픈 남편을 대신해 한 푼이라도 벌어보려고 고된 청소일을 하고 있는데, 급여가 나오지 않은지 벌써 넉 달째다. 한 달에 내야 하는 돈이 공과금, 보험금과 각종 유지비 등 50만원이 넘는데, 친척들 돈을 빌려서 겨우 메우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에도 급여를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며 "앞으로 살길이 너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청소 노동자 B씨는 "10년째 청소일을 하는 동안 급여가 제때 나온 것이 몇 번 되지 않았다. 그래도 한두 달 내에 지급해주고 했는데, 이렇게 급여가 밀리기는 처음"이라며 "같이 일하는 아주머니 11명 중에 힘든 사연 없는 사람이 없다. 우리에게 생명과 같은 급여를 지금까지도 못 받으니 정말 고통스럽다"고 했다.
정년퇴직자가 대부분인 시설직 노동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C씨는 "다음 달까지 급여를 받지 못하면 금융권에서 대출한 돈을 한 번에 내야 하는 처지다. 내지 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돼 가장으로서 가족들을 볼 면목이 서지 않게 된다"면서 "친구에게 사정해 지난달 대출금은 막았지만, 더는 돈을 빌릴 곳이 없다"며 울먹였다.
이 건물은 대형할인점과 영화관, 백화점식 쇼핑몰, 음식점 등 다양한 시설이 입주해 찾는 고객도 많다. 이 때문에 이들 노동자는 급여가 밀려도 일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D씨는 "급여가 밀린 사람들은 당장 일을 멈추고 실력행사라도 해서 돈을 받고 싶지만, '우리 건물을 찾는 손님들은 어떡하나'라는 생각에 그러지도 못하는 순진한 사람들이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5시쯤, 청소'시설관리 노동자들은 리더스개발 대표가 왔다는 소리를 듣고 사무실로 올라갔지만 답답함만 갖고 내려왔다. 대표 업무대행은 이 자리에서 "밸류플러스 건물에 입주한 대형할인점과 영화관이 관리비를 제대로 내지 않아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책임을 회피하며 "밀린 급여를 5월 중순까지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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