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욕먹을 이유

승자에게는 으레 박수가 뒤따른다. 뛰어난 성취에 대한 존경의 표시다. 그런데 9일 끝난 미국 프로골프(PGA) 메이저 대회이자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에서 패트릭 리드(27)가 그린 재킷을 입자 "마스터스 우승자 중 가장 나쁜 놈"이라는 욕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일부 안티 팬들의 반응이기는 하나 익숙지 않은 장면이다.

리드는 만 24세의 나이에 PGA 투어 4승을 올릴 만큼 출중한 선수다. 게다가 올해 첫 메이저 대회 우승컵까지 들어 올렸으니 실력만큼은 의심하기 힘들다. 그런데 많은 팬들이 그를 "썩을 놈" "악당"이라고 욕하고 경원시하는 것은 잦은 말실수와 '스타'의 신분에 걸맞지 않은 인성과 좋지 않은 행실 때문이다.

2014년 11월 WGC HSBC 챔피언십 1라운드 시합 도중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욕설이 TV 중계 화면에 잡히면서 구설에 올랐다. 즉시 트위터를 통해 공개 사과를 했지만 이후 리드의 인성 문제에 늘 꼬리표가 붙었다. "세계 상위 5위 안에 든다"고 제 자랑을 했다가 팬들의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더욱이 아마추어 시절 저지른 온갖 부정행위가 폭로된 이후로는 아예 미운털이 박혔다. '타이거 죽이기'를 쓴 작가 섀인 라이언의 폭로는 리드를 곤경에 몰아넣었다. 라이언은 '승리하기 위해 리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동료를 속이고 도둑질도 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오거스타주립대 시절 리드의 스코어 조작 논란 등을 꼬집은 것이다.

최근 패트릭 리드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인물이 또 있다.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다. 그는 참여연대에서 오래 일했고 국회의원도 지낸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하지만 19대 국회 정무위 소속 당시 피감기관의 출장비를 받아 여러 번 외유성 해외 출장을 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야당의 사퇴 압박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면서도 해당 기관에 혜택을 준 사실은 없다고 그는 해명했다.

공사를 구분하고 처신을 잘했다는 뜻인데 해명과 달리 국민 시선은 차갑다. '금융계의 저승사자'로 불릴 만큼 원칙주의자로 알려진 그가 의심을 살 만한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해명이 궁색하다. 김 원장과 청와대는 여론의 비판이 지나치다 탓하기 앞서 발밑부터 돌아보기 바란다. 남에게는 엄하면서도 자기 행동에는 후하다면 욕이 주소를 바로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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