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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대구에 뼈 묻겠다더니…서울로 떠난 김문수

"서울에는 집이 없습니다."

총선에서 낙선한 뒤 2016년 8월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문수 전 자유한국당 대구 수성갑당원협의회 위원장이 한 말이다. '대구에 계속 머무를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대구시민에게 말로 백번 해봐야 믿어주지 않는다. 그냥 대구에서 사는 것이다. 시민들이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서울로 떠났다. 2014년부터 지켜온 당협위원장직도 내려놨다. 앵무새처럼 되뇌었던 '대구에 뼈를 묻겠다'는 말은 앞으로는 들을 수 없게 됐다.

물론 당의 부름에 따라 가시밭길인 줄 알면서도 서울시장에 나선다는 점에서 '선당후사'로도 볼 수 있지만 과정이 문제다. 김 전 위원장은 여차여차해서 저차저차했다며 대구시민들에게 양해를 먼저 구했어야 함에도 한마디 인사도 없이 갔다. 취재진의 전화에도 일절 응하지 않았다.

지난주 당원들에게 작별을 고했다고는 하나 그는 대구가 낳은 중량급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큰 결례를 범했다. 여러 명이 고사한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넙죽 받아든 점도 지역 유권자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행여 이번 선거 이후 보궐선거 출마나 당 대표 등 '뒷거래'가 있다면 더욱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래서 해명할 수 있는 작별 인사가 필요하다.

수성구는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세가 만만찮아 '안방 험지'로 통한다. 한국당이 똘똘 뭉쳐도 힘든 싸움이 점쳐진다. 한 수성구청장 후보는 "선봉 장수를 잃어 본선이 더 어려워지게 됐다"고 불편함을 표했다. 또 다른 후보는 "책임 정치의 실종"이라고 일갈했다.

수성구는 김 전 위원장이 끝까지 고집하는 바람에 기초단체장은 물론 지방의원까지 치열한 경선을 치르게 됐다. 공정 경쟁이라는 취지에는 백번 공감하지만 경선 뒤에 따라올 반목'갈등의 상처를 다독여줄 어른이 없다는 점에서 '무책임 정치'를 가감 없이 보여줬다는 평가다. 선거판에 지휘 장수가 없다는 것은 한국당 후보들에게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김 전 위원장 입에선 이런 인사가 나올 것 같다. "대구에는 집이 없습니다. 대신 서울에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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