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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슈만과 클라라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 또 완연한 봄이다. 삼포 세대의 저출산 문제가 대한민국 전체의 근심이 된 지 오래지만, 파릇파릇 봄날에는 결혼식 소식도 잦다. 이번 주는 봄을 맞아 슈만의 교향곡 1번을 소개하고자 한다.

클래식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부부를 언급하라면, 역시 '슈만과 클라라' 부부다. 슈만과 클라라 부부는 예술혼으로 통하는 잉꼬부부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이 둘의 결혼은 여러 가지 난관을 거쳐 이루어진 드라마틱한 사건이다. 클라라의 아버지 프리드리히 비크 교수는 슈만의 스승이기도 했는데, 법학을 공부하다가 음악으로 전향해 장래가 불투명한 슈만에게 딸을 허락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클라라는 어려서부터 천재 소녀로 전 유럽에 명성이 자자했던 피아니스트였다. 그런데도 두 사람의 사랑은 꺼지지 않고 불타올라 결국 슈만이 30세가 되던 해인 1840년에 결혼 승낙을 받아냈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했지만 둘은 신혼을 즐기지 않고, 곧바로 음악공부에 착수했다. 특히 슈만은 그동안 피아노곡 위주의 작품활동에서 다른 분야로 관심을 넓히는데, 가곡을 집중적으로 만든 1840년을 지나 1841년부터는 교향곡 분야에 열정을 쏟는다. 그해, 3월 슈만이 발표한 교향곡 1번의 부제가 '봄'이다. 말 그대로 약동하는 봄의 에너지와 피어나는 생명의 기쁨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이 곡은 작곡가 특유의 오묘한 화성 변화와 관현악법으로 지금까지 널리 사랑받는 명곡이다.

모두 4악장으로 구성된 이 교향곡은 각기 다른 분위기와 성격으로 구성돼 봄이라는 계절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두루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걸작 '봄' 교향곡 구상은 슈만이 아돌프 뵈트거라는 시인의 시를 알게 된 후 시작됐다. 슈만을 자극한 시구는 다음과 같다. "바꾸어라. 당신의 모든 것을 바꿔라. 봄이 가까이 왔다."

올 초 각자 나름의 계획과 목표를 세웠다가 작심삼일에 그친 분들은 낙심하지 말고, 새봄과 함께 슈만의 교향곡 1번 '봄'을 들으며, 해이해진 마음을 다시 다잡을 필요가 있다. 요즘 국민 아이돌 그룹으로 떠오른 워너원의 '에너제틱' '활활'이라는 제목의 노래처럼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자.

새봄이 벌써 시작됐고, 2018년 고작 4분의 1밖에 지나지 않았다. 봄의 기운은 온 생명의 리듬과 직결돼 있다. 동·식물뿐 아니라 인간 또한 마찬가지다. 봄은 겨우내 움츠린 몸을 일으켜, 꿈틀거리는 기운이 절로 생겨나는 계절이다. 실패해도 좋다. 뭔가 목표한 바가 있다면 가열하게 매진하자. 우리의 새로운 봄을 위해 슈만의 교향곡 1번을 들어보자. 새봄 큰 응원가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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