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미교포 박숙자씨 '두물머리' 출간

"미국인에 한국 문화 전하고 싶어 영문소설 썼어요"

"미국이란 강과 한국이란 강이 서로 만나 하나가 되어 흘러가는, 다시 말해 두물머리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인생의 고해를 건너가고 있는 인물들을 소설에 담았습니다. 이 글을 통해 영어권 독자들은 한국과 한국인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한국인은 미국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은퇴 이후 어린 시절의 꿈이었던 소설가로 등단한 재미교포 박숙자(78) 씨가 2015년 영문단편소설집 '리버정션'(River Junction)을 발간한 데 이어, 최근 한글판 '두물머리'(지식과 감성)를 출간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달 13일 경북여고총동창회 참석차 귀국한 박 씨를 만났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미국에서 더 오랜 시간을 지냈는데요. 미국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너무나 모른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핵개발, 미사일 발사 등 모두 북한에 대한 이야기뿐이었습니다. 6'25 참전용사들도 '세상에서 들어보지 못한 나라'를 위해 싸웠다고 회고했습니다. 전우들이 목숨을 바쳐 지킨 한국이지만, 정작 그들은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무려 10년에 걸쳐 영문단편소설집을 쓴 이유다. 미국인들에게 우리의 정서와 문화를 전하고 싶었다. 영어 문장에 한국의 정서를 담자니 단순 번역과는 차원이 달랐다. 쓰고 고치고, 또 쓰기를 반복했다.

경북여고(30회)와 영남대 약대를 졸업한 박 씨는 1969년 결혼을 하면서 남편이 유학 중인 미국으로 갔다. 남편은 무궁화 위성 발사의 주역인 황보한 박사이다. 미국에 정착한 이후 워싱턴 하워드대학에서 다시 약학(독성학)을 공부했고(미국에서는 한국 약사 자격증을 인정하지 않았다), 22년간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 근무했다.

"은퇴 이후 시간이 나면서 초등학교(삼덕초교) 때부터 꿈꾸었던 소설가로 등단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인들에게 한국을 알리기 위해 영문단편소설집을 먼저 내고, 한국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에게 미국을 제대로 이해시키기 위해 한글판 '두물머리'를 출간하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소설집의 50%는 미국에서 일어난 일로, 나머지 50%는 한국에서 일어난 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박 씨는 우리나라 문단의 그릇된 행태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비판했다. "문학공부를 제대로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신춘문예 작품을 10년 이상 열심히 읽었는데, 문장의 3분의 1 이상이 외래어'외국어였습니다. 심지어 '힐링' 같은 단어는 의도적으로 외래어를 쓰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정말 우리 한글을 이렇게 대접해도 되는지 답답했습니다."

박 씨는 "물론 미국에서 일어난 일은 영어로, 한국에서 일어난 이야기는 한글로 쓰는 것이 자연스럽고 쉽겠지만, 미국과 한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사명감으로 '영문판' '한글판'을 별로도 내게 되었다"면서 우리 한글을 더욱 아끼고 사랑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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