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순간의 판단과 인명구조

지난겨울은 대한민국 소방으로서는 참담한 시련의 시기였다고 생각된다. 먼저 2017년 12월 21일 오후 3시 53분 제천시 하소동에 있는 노블휘트니스앤스파 스포츠센터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이다.

제천소방서는 오후 4시 현장에 도착하여 인명구조와 화재진압을 하였으며, 오후 4시 5분에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5시 20분에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소방인력을 총동원하였다. 소방청은 신속하게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중앙긴급구조통제단을 가동하였으며, 제천시는 지역재난대책본부를 설치해 재난에 대응하였다.

이와 같이 신속한 대응을 하였음에도 대형 인명 피해는 막지 못하였다. 신문과 방송을 통하여 이미 알려진 상황이지만 건물의 외장재를 드라이비트 재질로 사용하여 외벽의 스티로폼을 타고 화재가 급격하게 연소하였고, 화재 초기에 소방인력 부족이라는 한계 등으로 골든타임을 놓치고 진압작전을 효율적으로 전개하지 못하였다는 지적이 있으며, 소방합동조사단은 지휘관들이 상황 수집과 전달에 소홀했고 소방본부 상황실은 2층에 다수의 요구조자가 있음을 출동대에 적절히 전파하지 않은 사실을 소방지휘관들에게 지휘책임을 물음과 동시에 재발방지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제천 화재 참사로 받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2018년 1월 26일 오전 7시 30분 밀양시 가곡동에 있는 세종병원 1층 응급실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이 사고로 51명이 사망하고 141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다.

화재는 1층 응급실에서 발화하여 2층으로 확산되었으며, 3분 만에 도착한 소방대는 더 이상의 확산을 방지하고 불길을 잡았다. 그러나 다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많아 제때 대피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크다고 지적하였고, 방화문이 열려 있었던 점도 유독가스가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번져나가는 데 일조하였다고 분석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가 발생한 다음 날 2018년 1월 27일 오후 9시 29분 세종병원과 비슷한 유형의 대구 달서구 진천동에 있는 신라병원에서도 화재가 발생했으나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었다. 9시 33분 소방차 도착 시 간호사가 발화지점이 2층이라는 사실과 야간이라 사람이 없다는 점과 5, 6층에 고령의 다수 거동불편 환자가 있다는 내용을 소방대에 알렸다.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요인은 평소 자체소방교육을 통한 간호사의 상황전파와 2층에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파악한 현장지휘관의 신속한 판단으로 소방대원의 위험을 감수하고 상층으로 연기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대원들이 2층으로 진입한 후 출입구 방화문을 폐쇄한 조치가 구조대원들이 5, 6층 다수의 거동불편 환자를 옥상과 지상으로 대피시킬 수 있는 골든타임 시간을 확보하였다는 점이다.

제천과 밀양화재 참사 이후 소방에서는 많은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화재 초기 우세한 소방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초기에 소방력을 집중 투입하여 인명구조와 화재진압을 할 수 있는 출동체계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정부 방침에 따라 인력 충원도 이루어지고 있다. 화재현장은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현장지휘관의 상황 판단이 매우 어렵고 난해하다. 이와 같은 상황 판단을 하기 위하여 현장 중심의 다양한 경험과 교육을 통한 부단한 노력이 따라야 하며, 다양한 화재 사례를 통한 간접 경험으로 극복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구 소방 전 직원은 지역사회의 안전을 확보하고 다양한 사건에 대응하기 위하여 앞으로도 지속적인 교육훈련을 통한 지역사회의 안전지킴이 역할을 다하기 위해 더욱더 노력할 것을 지역주민들에게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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