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누출 사고 때마다 철저한 안전대책을 천명하던 SK머티리얼즈가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 제정에 딴지를 걸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해가스 제조 공장의 인'허가 단속 권한은 환경부가 가지고 있어 제대로 된 관리'감시가 힘들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의회가 공장 주변 마을과 농지 등의 피해를 조사해 공표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 제정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SK머티리얼즈는 상공회의소의 힘을 빌려 시의회 조례 제정을 무산시켰다. 결국 이 조례안은 1년 뒤 대폭 수정돼 가결됐다.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안 추진
영주시의회는 지난 2015년 12월 1일 제203회 2차 정례회를 열고 김현익(현 의장)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영주시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안'을 상임위원회에 상정했다.
김 의원은 "불산 등 화학물질을 원료로 반도체용 특수가스를 생산하는 영주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에서 2013년 8월 대규모 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하는 등 수년간 3차례 이상 사고가 발생,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혔다"며 조례안 배경을 설명했다. 조례안은 시장이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5년마다 영주시 화학물질 안전관리계획을 수립 시행해야 하고 안전관리 계획은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필요한 시책 및 안전관리 계획 수립 ▷안전관리위원회 설치 및 운영 ▷화학물질 현황 조사 및 공표 ▷화학물질 지역협의회 구성'운영 등을 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조례안은 외압으로 인해 무산돼 1년간 표류하다 뒤늦게 수정 가결됐다.
영주상의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다. 영주상의는 시의회가 이 조례안을 입법 예고하자 의견 제출 기간이 끝난 뒤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심의를 하루 앞둔 시점에 제출된 의견서는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는 재난 및 안전관리법에 근거한 영주시 안전관리위원회 운영 조례(2005년 3월 제정)와 중복 우려가 있고 화학물질은 수만 가지로 분류되고 있어 너무 광범위하게 규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영주상의 관계자는 영주시의회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영주상의 관계자는 "당시 SK머티리얼즈가 상공회의소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해 시의회에 의견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제출 기간이 지난 의견서를 받아들인 산업경제위원회는 조례안 심의를 연기했고 임기가 끝나는 다음 해 6월 30일까지 상정하지 않았다. 당시 산업경제위원회 몇몇 시의원들도 조례 제정을 반대한 것으로 드러나 결탁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시의회 심사 보류, 1년 뒤 수정 가결
이 조례안은 2016년 10월 6일 새로 구성된 후반기 산업경제위원회(위원장 신수인)가 제210회 임시회를 열고 발의된 조례안을 수정'가결해 2016년 10월 31일부터 시행됐다.
수정된 조례는 제12조 제목 중 '공표'를 '공개'로 변경하고, 같은 조 제1항의 내용 중 '조사하여 공표할 수 있다'를 '관련기관에 조사 의뢰할 수 있다'로 수정했다. 지역협의회 구성을 골자로 한 13조는 아예 삭제됐다.
제정된 조례는 현재까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영주시는 조례 제정 1년 뒤인 지난해 6월 영주시 화학물질 안전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9월 12일 첫 회의를 했다. 위원은 당연직 3명(부시장, 도시건설국장, 보건소방)과 위촉직, 시의원 1명, 교수 2명, 경찰서 1명, 소방서 1명, 관련회사 3명, 상공회의소 1명, 시민연대 1명, 통장 2명 등 15명이다. 첫 회의에서는 부위원장 선출, 화학물질안전관리 계획 용역 초안 심의, 위원회 운영 방안 등을 논의했다. 그리고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위원회는 열리지 않고 있다. 결국 지역 내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기업에 대한 관리와 감시 기능은 상실한 채 무늬만 있는 위원회를 구성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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