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거리는 미술이 숨 쉬는 대구 명물 거리이다. 대구학원에서 봉산오거리까지 600m를 따라 갤러리만 20여 곳 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과 맞먹을 정도로 갤러리가 밀집돼 있다. 봉산문화거리는 미술 전시회만 1년에 100여 차례 열리고 있다. 고서적고미술 4곳, 표구사 2곳, 화방 3곳 등도 함께 자리하고 있다.
봉산문화거리는 1980년대 중반 화랑 골목으로 형성된 후 1991년 봉산문화거리로 지정됐다. 2001년 중구청소년의 집, 2004년 봉산문화회관이 들어서면서 명실상부한 문화거리로 변신했다. 2009년에는 보도블록, 가로등 설치 등 경관 개선사업도 했다. 작년엔 조형물 3곳을 설치해 볼거리를 높였다. 봉산문화거리는 해마다 4월 봉산도자기축제, 10월 봉산미술제를 열고 있다. 특히 올해엔 봉산문화거리 주민제안 사업으로 3억원의 예산이 잡혀 있다. 가로등 밝기 개선, 안내소 설치 등 하반기에 공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30년 가까이 이어온 봉산문화거리가 최근 발전은커녕 활력을 잃고 있다. 봉산문화거리가 지정된 이후 최근 10여 년 전까지는 갤러리 작품 판매 호조 등 분위기가 좋았다. 당시 작가들도 봉산문화거리에서 전시회 갖는 것을 최고 자부심으로 여길 정도였다. 그러나 모바일 시대 영향으로 온라인 그림 판매가 이뤄지고 전시 공간이 문화회관 등으로 넓어지면서 갤러리가 불황을 맞고 있다. 요즘은 경기침체까지 겹쳐 갤러리마다 매달 그림 몇 점을 팔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또 봉산문화거리 자가건물 갤러리는 5곳, 나머지는 대부분 임대 갤러리다. 임대료만 월 100만원 이상 들어가 갤러리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갤러리는 몇 년 사이 2, 3곳이 빠져나갔고 일부 갤러리도 이전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봉산문화거리를 되살릴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갤러리의 일차적인 역할은 좋은 작가 발굴, 좋은 전시 기획 등이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초대전, 기획전을 마련해 미술애호가들에게 매력을 줘야 한다. 기존의 평면, 도자기, 조각 등 전시뿐만 아니라 영상, 설치 등 과감한 전시회도 시도해야 한다.
갤러리는 그림 판매가 안 될수록 전시회를 더 많이 열어야 한다. 많은 전시회는 작품 수집가들이 찾아올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작가와 미술 소비자도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돈만 좇는 작품의 단색화를 탈피해야 한다. 작가가 작품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면 갤러리에 판매 부담만 줄 수 있다. 소비자도 가격을 떠나 자신만의 색깔로 작품을 보는 안목을 갖고 수집 활동을 해야 한다.
정 에스더 봉산문화협회장(갤러리제이원)은 "미술 애호가들의 발길을 봉산으로 끌여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매달 길거리에서 소장 작품을 팔고 사고하는 벼룩시장을 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아직 문화거리에는 길거리 작가 조형물이 3개뿐으로 볼거리가 미약하다. 지자체도 포토존, 안내판 설치 등 환경 개선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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