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이 쉼터에 오시면 동네 사랑방처럼 여겨요. 또 공연에 점심 식사까지 제공해 주니 정말 즐거워해요."
대구 동구 안심1동 안일초등학교 앞 쉼터인 '사랑을 나누는 집'. 동네 어르신들이 오전 7시가 넘자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유모차를 끌고 오시는 분, 지팡이를 짚고 오시는 분, 자전거를 타고 오시는 분 등 각양각색이다. 어르신들은 삼삼오오 둥근 양철 식탁에 앉아 건강이나 집안 이야기 등으로 웃음꽃을 피웠다. 쉼터는 11시쯤 되자 어르신들 150여 명으로 가득 찼다.
무대에서 70대 어르신들로 구성된 색소폰 재능기부단체 '소리사랑방'이 색소폰을 불기 시작했다. '찔레꽃' 노래가 색소폰을 타고 애잔하게 흐르자 어르신들은 박수를 치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어르신들은 즉석에서 노래를 신청해 무대에 나가 노래하기도 했다. 연주단은 마지막으로 신나는 메들리 곡으로 무대를 달궜다. 무대는 1시간 정도 지나서야 끝났다. 그리고 어르신들은 나누리봉사단이 제공한 다슬기국과 밥을 맛있게 드시기 시작했다. 쉼터 벽에는 '나이 들면 꼭 지켜야 할 33가지'가 적혀 있다.
나누리봉사단은 2002년 결성됐다. 단장인 김태억(68) 씨가 어르신들의 쉼터와 무료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었다. 김 단장은 1988년 장애인 가정에 도시락 나누기를 10여 년 해오다 쉼터를 마련했다. 현재 등록 회원은 100여 명, 활동 회원은 40명쯤 된다. 대부분 장애인이 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다. 안심 1동에는 주민 4만8천여 명이 살고 있다. 전체 주민 중 영세민이 30%를 차지해 대구에서 영세민이 가장 많다.
나누리봉사단은 매주 월, 수, 금요일 쉼터에서 홀몸어르신, 장애인 등 어려운 이웃 150여 명에게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또 토요일에는 동대구역 무료급식소에서 30년째 소외이웃에 저녁밥을 제공하고 있다.
"쉼터에는 90세가 넘는 할머니들이 많이 오셔요. 어떤 할머니는 2002년 쉼터 개설 후 16년째 찾아오고 있어요. 이런 할머니가 건강하게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껴요."
나누리봉사단 회원들은 열정적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 김 단장은 식당을 운영하면서 사비로 쉼터를 마련했고 무료급식 비용 전액을 부담하고 있다. 무료급식비는 매월 200만원 정도 소요된다. 김 단장은 노숙인 3명을 위해 자신의 집에 숙소를 제공하기도 했다. 사무국장인 한병수(64) 씨는 밥통, 식기 나르기, 배식 등 모범을 보이고 있다. 총무인 이희원(56) 씨도 봉사자 관리나 음식 나르기 등 열성을 다하고 있다. 김용선(68), 석정임(57) 씨는 음식 조리를 책임지고 있다. 김용선 씨는 남동생에게 신장을 기증하기도 했다. 서영길(62) 씨는 손재주가 뛰어나 '맥가이버'로 통한다. 쉼터의 고장난 시설 수리와 동네 가정에 수도 고쳐주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봉사단은 무료급식으로 남은 반찬은 거동을 못하는 이웃 어르신이나 경로당에 배달해주고 있다.
김광민색소폰학원, 소리사랑방, 소리별봉사단 등이 재능기부단체로 동참해 식전 행사에서 색소폰, 하모니카, 기타 등 선율을 선사하고 있다. 사학진흥재단, 주택관리사 동구지회, 사랑의열매 동구나눔봉사단 등도 배식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김 단장은 "장애인 봉사자들이 몸은 불편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어르신들을 내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줘 정말 고맙기만 하다"며 "앞으로 안심1동 어려운 이웃들의 건강한 삶을 돕기 위해 봉사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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