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혈세를 주머닛돈인 양…상주시의 돌려막기식 예산 집행

상주시의 예산 집행 난맥상이 점입가경이다. 이번에는 시의회에 의해 예산이 삭감돼 개최 자체가 불가능한 행사를 예산까지 돌려막아 가며 밀어붙였다. 예산을 개인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서야 이처럼 무모한 행동을 벌일 수 없다.

상주시의회는 상주시가 제출한 2018년도 예산 심사에서 '제56회 경북도민체전 성공기원 한마음음악회'(이하 한마음음악회) 예산 9천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최근 시가 다시 제출한 추경 심사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도민체전 개막식에 인기가수 축하공연이 따로 계획돼 있는데 굳이 도민체전 관련 음악회를 여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시의회 판단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상주시는 문제의 이 행사를 지난 14일 강행했다. 예산 확보가 불발로 끝나자 매년 가을에 개최해오던 '낙동강 7경 문화 한마당' 행사를 취소하고 그 예산 6천만원을 끌어다 썼다. 시의회가 발칵 뒤집힌 것은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다. 시의원들은 최근 열린 임시회에서 "징계 등 책임을 물을 것이며 예산 회수 절차를 밟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산 의결권은 시의회에 있다. 따라서 상주시는 불만과 이의가 있더라도 시의회 결정을 수용해야 했다. 그것이 법적·절차적으로 옳다. 꼭 필요한 행사라면 시의회를 백방으로 설득해야 했는데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의문이다. 시의 이번 예산 집행은 지방재정법 위반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다. 법과 절차적 민주주의를 아랑곳하지 않는 상주시의 행동은 '오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

예산 집행과 관련해 상주에서 난맥상이 빚어진 것은 이뿐만 아니다. 올해에는 지은 지 3년밖에 안 된 80억원짜리 다목적 공연장을 뜯고 '작은영화관'으로 리모델링해 예산 낭비 논란을 빚었고, 2009년에는 음식처리기 설치업자에 속아 80억원 규모의 하수·음식물처리시설을 잘못 설치한 뒤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예산은 결코 개인 주머닛돈이 아니다. 물의를 빚어가면서까지 상주시가 한마음음악회를 강행한 속사정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경북도와 감사원은 상주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예산 집행 난맥상을 철저히 감사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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