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영 영덕버스의 보조금 부정 집행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껏 제대로 된 감사도 없었고 결과 발표도 없었다. 담당 공무원은 내용을 알 만하면 1년마다 바뀌고 영덕군은 1개뿐인 회사가 운행을 중단할 경우 닥칠 후폭풍을 먼저 우려한다. 군민을 담보로 버스회사의 비정상 운영은 이어져 적자만 해도 10억원이 넘는다. 현 영덕버스 A대표는 지난 2000년 취임한 이래 18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기업인 아성여객 창업주의 둘째 아들이 사망, 대주주가 며느리로 바뀌고 나서도 건재하다.
◆무자격 정비사가 노상 정비
버스 운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하지만 지난해말 실시한 감사 결과를 보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차량부품과 소모품을 사들이면서 물품수불대장에 적지도 않고 무분별하게 관리됐다. 차량 외주 수리는 자격 있는 정비사의 입회하에 이뤄져야 하지만 이것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정비일지 기록이 있더라도 수리비 지급 내역과 맞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버스 정비와 관련해 이같이 엉망으로 지출돼 군으로부터 부적정 판정을 받은 금액은 1억5천559만여원이다.
한 노조원은 정비 비용 부풀리기가 광범위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회사 측에선 2016년 회계 관련 서류 공개를 완강하게 거부해 영덕군 관련 부서를 통해 확인했는데 A정비공장에서 차량수리비와 유지비 명목으로 570만원이 지출된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A정비공장에 직접 확인해 보니 수리비는 418만원이었다. 결국 영덕버스의 누군가가 고의로 수리비를 부풀리고 서류를 위조해 영덕군에 제출한 것이다. 차액은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라고 했다.
버스 운전기사들은 "지난해 말까지는 정비사도 없었다. 무자격 정비사가 제대로 된 정비장도 없이 노상정비를 했다. 그러니 버스 브레이크가 밀린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군민들의 안전을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했다.
◆기사엔 체임, 연봉 청구는 "1억"
영덕버스가 지난 2016년에 쓴 접대비는 모두 3천400만원에 육박한다. 영덕군은 감사를 통해 정확한 지출 내역도 없이 카드대금 청구서를 매출전표로 대신한 203건 2천400여만원을 부적정한 지출로 확인했다. 정상적인 업무추진비 성격의 접대비는 지출 목적의 사전승인과 지출 내역 그리고 관련 영수증을 모두 갖춰야 한다.
지출처 역시 정상적인 업무추진 목적으로 보기에 의심스러운 점이 많았다. 1월엔 부산의 유통업체에서 수십만원이 지출됐다. 2월에는 횟집으로 보이는 곳에서 무려 200만원을 한꺼번에 결제했다. 3월에는 소모품 장갑을 구입했는데 결제는 모 음식점에서 한 것으로 나왔다. 4월에는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1만1천원을 결제했다. 6월에는 삼성서울병원에서 3만5천원을 결제했다. 7월과 11월에는 영덕버스 대표의 가족이 운영하는 꽃집에서 각각 40만원과 65만원을 결제했다. 9월에는 2월에 200만원을 결제했던 횟집에서 265만원을 한꺼번에 결제했다. 12월엔 롯데쇼핑에서 30만원을 결제했다.
전 노동조합장 B씨는 "적자가 10억원이나 돼 주주에게는 배당 한 푼 못한다고 앓는 회사가 접대비를 1년에 3천400만원을 쓰면서 부당지출이 2천400만원이다. 버스기사들의 임금체불을 밥 먹듯이 하면서 대표이사는 영덕군의 보조금을 받으려고 제출하는 지출계획서에 연봉 1억원을 요구했다. 대표이사 연봉은 영덕군 월급쟁이 중 최고일 것이다"고 했다.
◆수상한 복리후생비 지출
영덕군은 영덕버스에 대한 감사 결과 버스의 운송수입과 광고비 등 자체수입이 10억원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접대비와 복리후생비가 과다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복리후생비 중 직원 식대에서 적지 않은 액수의 수상한 지출이 눈에 띈다.
2016년 자료를 보면 2월 설에 직원 선물비로 롯데상품권 350만원과 영덕 모 마트에서 132만원, 9월 추석에 롯데상품권 350만원과 영덕 모 마트에서 128만원을 각각 결제한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한 버스기사는 "실제 직원들이 받은 선물은 영덕 모 마트에서 구입한 선물세트만 받았을 뿐 나머지 700만원의 상품권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또한 매월 말일이면 특정 식당에서 70만원 가까운 식대가 12개월 동안 줄잡아 800만원 정도 지출됐다. 누군가의 식대를 매달 대신 계산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산다. 이 밖에 영덕버스는 1년 이상 계속 근무자 중 퇴직예정자에 대하여 노동법상 퇴직금 산출방식에 따른 퇴직급여충당금을 별도의 계좌에 쌓아둬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지난 2016년 퇴직자에게 퇴직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한 것도 지적됐다.
◆해법은 없나
상당수 버스 기사들은 "수년간 영덕버스의 방만하고 비정상적인 운영에 대해 노사협상과 협의를 통해 회사 측에 건의했고 영덕군에도 관리감독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표는 자신의 잘못된 운영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이를 지적하는 기사들을 되레 거짓말쟁이로 몰고 있다. 하지만 이번 영덕군의 감사 결과로 만천하에 진실이 드러났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 감사를 계기로 영덕버스가 혈세를 축내지 않고 진정한 영덕군민의 발로 제대로 설 방법은 뭘까. 영덕군의 기본적인 입장은 투명성 확보이다. 영덕버스와 노조가 지난해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서 노사협상과 관련된 조정을 할 때의 일화이다. 회사 측이 "노조가 영업비밀을 자꾸 침해한다"고 하자 고용청은 "당연히 노조에 공개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동석했던 영덕군 관계자는 "투명성만 담보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전 노동조합장 B씨는 "사실상 지금은 대표가 18년 동안 재임하면서 자신의 공화국을 만들다시피 했다. 지역 내 영향력도 갈수록 강해져 간다. 영덕군은 억대의 부정지출을 알고서도 고발이나 수사의뢰를 하지 못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사법당국의 수사를 통해 대표이사의 책임을 규명하고 잘못이 있다면 대표이사는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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