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손'종부들께 새로운 문화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이용두 한국국학진흥원장이 색소폰 연주자로 깜짝 변신한다. 우리나라 3대 국학연구기관 중 하나를 이끄는 그가 국악도 아닌 관현악의 색소폰 연주회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면에는 일평생 집안의 영광을 위해 책임과 사명감으로 희생한 지역 종손과 종부들이 새로운 문화를 접할 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그는 이달 24일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색소폰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지역 종손'종부 100여 명을 초청했다.
이 원장은 "종손과 종부들은 체면과 책임으로 문화생활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야만 했다"며 "부부가 같이 외출한 적도 없고 공연은커녕 영화관도 한 번 가보지 못한 분들이 수두룩하다"고 했다.
그는 "세상이 많이 바뀌었는데 그분들도 종가를 벗어나 새로운 문화를 접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연주회에 초청했다"며 "그런 분들에게 별세계를 경험하게 해드리고 문화장벽을 허물어 드릴 수 있다면 내가 쑥스럽고 부끄러운 것이야 감내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원장이 색소폰의 매력에 빠져 연주를 하게 된 것은 5년 전이다. 비록 긴 시간을 연주해 온 전문가는 아니지만 원내에서 그의 색소폰 실력은 훌륭하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안동색소폰오케스트라와 노블팝스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이번 공연에서 이 원장은 윤복희의 '여러분'이란 곡을 협주한다. 이 곡을 선택한 이유도 음악을 통해 국학진흥원이 관람객과 교감하고 교류하는 장을 만들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부임한 지 3년 7개월이 지난 이 원장은 국학진흥원의 혁신을 위해 노력해왔다. 컴퓨터공학 전공을 살려 전문 분야로 나뉜 직원들의 업무를 '코시스'라는 종합정보시스템을 개발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성과도 거뒀다. 이 원장은 "그동안은 각 업무를 담당자만 파악하고 있어 해당 직원이 자리를 비울 경우 업무에 공백이 발생했는데 종합정보시스템의 도입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고 했다.
최근 그는 전통문화와 역사 등 유교와 관련한 한국학방송국을 개원할 생각도 하고 있다. 옛 문헌과 자료에서 새로운 국학적 가치를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찾은 자료를 더 많은 사람이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많은 방송채널이 있지만 국학(유교)과 관련한 채널은 없다"며 "1인 미디어 시대가 도래한 만큼 큰 투자 없이 방송국을 차릴 수 있다고 생각해 주변에서 많은 도움과 조언을 받아 설립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변화를 꿈꾸며 실천한 이 원장은 오는 7월까지 3개월가량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40억원에 가까운 많은 사업비를 투입해 역사적 시료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앞으로는 실제로 활용해야 할 시기라서 결과를 보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있다"며 "한국학방송국 개원이라는 큰 사업을 또 벌여놓기도 해 직원들의 업무량이 늘어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정말 재미있는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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