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합의문 모두에 이익 어려워
6·15, 10·4 공동성명 남한은 실패
김정은 두 성명 이행 압박 가능성
文대통령 이전 과오 반복 말아야
27일 판문점에서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이 극적인 회담을 갖는다. 얼마 전 남한 예술단이 평양에 갔을 때 나타난 남한 청와대 탁현민 행정관과 북한 삼지연악단 현송월 단장의 친밀한 관계가 상징적으로 말해주듯이 남한의 문재인 정부와 북한의 김정은 정권 간에는 봄날의 훈풍과 같은 따뜻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어서 판문점 정상회담 준비 작업은 양측의 손발이 척척 맞으며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현재의 분위기에 비추어 볼 때, 판문점 회담의 개최와 합의문 채택은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다. 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되고 합의문이 채택되었다면 그 회담은 성공한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그것은 외형적인 평가에 불과하다. 어떤 회담의 실질적 성공 여부는 회담에서 채택된 합의문의 내용을 기준으로 평가된다. 그 합의문의 내용은 모든 회담 참여자들에게 완전한 균형을 유지할 수는 없다. 어느 참여자에게는 크건 작건 이익을 주고 다른 참여자에게는 손해를 줄 수밖에 없다. 합의문의 내용에서 이익을 본 참여자에게는 성공한 회담이 되는 것이고, 손해를 본 참여자에게는 실패한 회담이 되는 것이다.
이제까지 남북한 간에는 두 번의 정상회담이 있었다. 2000년 6월 15일에 개최된 김대중·김정일 회담과 2007년 10월 4일에 개최된 노무현·김정일 회담이다. 이 두 회담은 모두 북한에는 성공적인 회담이었고 남한에는 실패한 회담이었다. 두 회담에서 채택된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남북공동성명의 내용이 모두 북한에는 많은 이익을 주고 남한에는 손해를 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6·15 선언은 ▷남한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남북한 간의 평화공존에 보탬이 되는 내용은 전무하고 북한이 우선시하는 통일과 교류 협력에 관한 내용만 있으며 ▷'통일 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합의함으로써 장차 통일 논의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철수를 당연시할 빌미를 제공했고 ▷남북 간의 현안인 군사적 긴장 완화와 북한의 핵무장 기도 포기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음으로써 남한에 손해를 주고 북한에 이익을 주었다.
10·4 성명은 ▷남한에 손해를 주고 북한에 이익을 주는 6·15 선언을 고수 실천할 것을 약속했으며 ▷서해에서의 우발적 군사 충돌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우리 해군의 북방한계선을 양보하는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하기로 했으며 ▷북한의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남한이 막대한 경제 지원을 제공할 것을 약속함으로써 남한에 손해를 주고 북한에 이익을 주었다.
6·15 선언과 10·4 성명이 이처럼 북한에 이롭고 남한에 손해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기회만 있으면 남한을 향해 6·15 선언과 10·4 성명을 이행하라고 공박한다. 아마도 문재인·김정은 회담의 준비 과정이나 본 회담에서도 북한은 6·15 선언과 10·4 성명을 고수 이행하자고 요구할 것이다.
문 대통령이 판문점 정상회담을 남한이 성공한 회담으로 되게 하려면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6·15 선언과 10·4 성명을 고수 이행하자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서는 두 합의문의 불균형한 내용을 상호주의적 균형의 원칙에 부합하도록 수정하자고 맞서고, 남북 사이의 최대 현안인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합의를 하자고 설득해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이 만일 6·15 선언과 10·4 성명을 고수 이행하자는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번 회담의 합의문에 그런 내용을 포함시키도록 허용한다거나, 최대 현안인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관한 실질적 진전을 초래할 내용을 합의문에 담지 않는다면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손해를 끼치고 북한을 이롭게 한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보다 더욱 강하게 받을 것이다.
왜냐하면, 김·노 두 대통령은 '처음 해보는 일이라서' 선배들의 실수를 보고 교훈을 얻을 기회가 없어 그런 과오를 범한 것으로 관용될 수 있지만, 후배인 문 대통령의 경우는 선배들의 실수를 보고 교훈을 얻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배들의 과오를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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