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회장의 사임으로 포스코는 지금까지 정권 교체 후 임기를 마친 CEO가 단 한 명도 없는 '흑역사'를 그대로 이어가게 됐다.
1968년 설립 당시 고 박태준 초대회장부터 권 회장까지 총 8명의 회장은 모두 정권과의 불화'검찰수사'세무조사 등 불명예스러운 이유로 임기 중간에 물러났다. 2000년 9월 정부 지분이 전량 매각된 이후에도 권 회장을 포함한 4명이 '정권 교체 불명예 퇴진'의 전철을 밟았다.
우선 전임 정준양(2009년 1월~2014년 3월) 전 회장은 권 회장이 미국'인도네시아'베트남'중국 등 4차례 대통령 해외 순방 당시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모두 제외된 것과 비슷하게 사임 경로를 걸었다.
정 전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10대 그룹 총수 청와대 오찬, 베트남 국빈방문 사절단 등에 잇따라 배제되며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는 소문에 시달렸다.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1년 4개월 남겨뒀지만 결국 정 전 회장은 사임했다.
이구택 전 회장(2003년 3월∼2009년 1월)은 2007년 한 차례 연임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2009년 초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전 회장은 2008년 말부터 검찰이 이주성 전 국세청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포스코가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로비를 했다는 정황을 잡고 수사에 나서면서 사퇴했다. 민영화 기간에 있던 유상부(1998년 3월∼2003년 3월)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에 사퇴했다.
민영화 전에는 고(故) 박태준 초대회장(1968년 4월∼1992년 10월)이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의 불화로 사임한 것을 비롯해 1992∼1998년 사이 황경로(1992년 10월∼1993년 3월)'정명식(1993년 3월∼1994년 3월)'김만제(1994년 3월∼1998년 3월) 등 무려 4명의 회장이 잇달아 바뀌었다. 한 전직 임원은 "포스코가 대일청구자금으로 만들어졌고, 포항제철소 성장기 시민들에게 환경적으로 많은 피해를 끼친 게 사실이다. 이 같은 태생적 이유가 정부의 입김을 강하게 만들었고, 결국 주인 없는 회사가 권력을 탐하는 이들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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