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 날씨는 유난히 변화무쌍하다. 눈비가 치기도 하고 초여름같이 뜨거운 날이 있는가 하면, 비바람에 다시 겨울이 온 듯 춥고 어떤 날은 흐린 하늘과 싸늘함에 가을인가 싶기도 하다. 반소매와 반바지 차림이었던 어제와 패딩 점퍼를 입는 오늘의 다양한 옷차림만큼이나 우리의 몸과 마음도 자연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하게 된다. 이렇듯 변화무쌍한 봄 날씨가 싫지만은 않다.
꽃길의 봄바람과 따뜻한 기운에 가슴을 열었는데, 봄기운을 느낀 터라 겨울이 되돌아온 듯한 날씨가 더욱 매서웠고 여름에 대한 예고 같은 갑작스러운 이상고온으로 답답했다. 또 춥다. 따뜻하다. 뜨겁다. 또 춥다.
왜 이럴까. 이상하다. 싫어. 우리는 저항하려 하지만 막강한 자연의 힘에 순응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적응하면서 순응하고, 순응하면서 적응하고. 이 과정의 거듭된 반복을 통하여 환경에 익숙해지고 비로소 어우러진다.
뜨거운 햇살과 차가운 바람에 저항하다가 졌다. 그래서 감기를 앓았다. 아팠다. 열이 나고 기침과 콧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감기가 떨어져 나갔다. 이미 우리에겐 또 다른 감기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생겨 있다.
우리의 삶의 이치도 변화무쌍한 날씨와 유사하지 않을까. 내가 바라든 바라지 않든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환경적으로 예기치 않은 수많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 상황들은 우리를 자극했고 우리는 반응했다. 질병으로, 경제적 난관으로, 실패로, 이별로…. 예고 없이 찾아온 일들에 당황했다. 바라지 않았던 결과라면 더욱 부정했고, 또 저항하고 아팠다. 어지러웠고 혼란스러웠다. 반면 결혼, 승진, 생일, 횡재, 회식 등 기분 좋은 일들에 많이 웃고, 떠들기도 했다. 참 안타까운 것은 기분 좋은 시간은 짧고, 어렵고 힘들었던 시간은 길게만 느껴진다는 점이다.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죽을 만큼 아팠던 그 시간들이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저항과 적응의 과정을 겪으면서 순응하며 오늘에 와 있고, 또 저만치에 가 있으리라.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개구쟁이 같은 봄 날씨에 우리의 몸과 마음이 적응하듯,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감당하고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 우리 안에 있다. 우리에게 내재되어 있는 적응력(適應力)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무척이나 뜨거울지 모르는 여름을 대비시켜 주는 것만 같은 이 봄에 찾아온 변화무쌍한 사계절이 고맙다. 날씨에 적응하듯, 우리 삶의 난관에도 잘 받아들이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지혜를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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