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포천시에 사는 B(69) 씨는 지난 2013년 5월쯤 지인의 소개로 대구에 사는 여성 A(57) 씨를 알게 됐다. B씨가 보기에 A씨는 사교성이 좋고 친절하며 믿을 만한 인물이었다. 같은 해 7월, A씨는 B씨에게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며 200만원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진행 중인 재판에 공탁금 23억원을 냈다. 재판 경비를 빌려주면 승소 후 공탁금을 받아 빌린 돈을 갚겠다"고 했다. B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돈을 빌려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A씨가 돈을 요구하는 횟수가 점차 늘었다. 한 달에 많게는 5차례씩, 5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씩 빌리곤 했다.
금전 요구가 잦아지자 B씨는 A씨에게 재판이 언제 끝나는지, 진행 추이가 어떻게 되는지를 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A씨 재판을 맡고 있다는 법원 경매과 공무원, 법률 대리인을 자처하는 이웃 주민이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왔다. B씨에게 연락한 두 사람은 각각 A씨가 어떤 재판을 진행 중인지,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승소할 경우 받을 수 있는 공탁금은 얼마인지 등을 알려줬다. B씨는 재판 관계인들의 말을 믿고 A씨에게 꾸준히 돈을 빌려줬다.
A씨는 2013년 7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243차례에 걸쳐 2억5천만원을 빌렸다. B씨가 가족을 설득해 빌렸거나 부동산을 담보로 빌린 돈도 있었다. 오랜 기간 돈을 돌려받지 못하자 B씨는 빚 독촉에 시달렸다. 돈을 갚아달라는 B씨의 부탁에 A씨는 "재판이 밀리고 있다, 압류가 걸려 있어 아직 갚을 수 없다"며 계속 미룰 뿐이었다.
미심쩍게 생각한 B씨는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국내 곳곳을 돌며 도박을 즐기려고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A씨가 진행 중이라던 재판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고, B씨에게 전화를 건 법원 공무원과 이웃 주민도 가상의 인물로 드러났다. A씨가 가족과 친구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 2대를 이용해 법원 공무원과 이웃 주민인 것처럼 목소리 톤을 바꿔 연기를 한 것이다. A씨는 이들이 실존하는 공범인 것처럼 진술해 수사에 혼선도 불러왔지만 통화 녹음 파일을 경찰이 제시하자 곧 범행을 자백했다. 대구 달서경찰서는 20일 A씨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를 유도하거나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하는 수법의 사기 범죄가 빈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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