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파 헤쳐온 그림 열정 '세한삼우' 되어 만나다

지역에서 미술학도의 꿈, 파리서 같이 활동…권순철 곽수영 이배 작품전

곽수영 작
곽수영 작 'voyage'
이배 작
이배 작 '무제'
권순철 작
권순철 작 '얼굴'

동원화랑이 권순철, 곽수영, 이배 작가를 초대해 '세한삼우'(歲寒三友)란 제목으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세한삼우'란 혹독한 겨울을 잘 견뎌온 세 나무(소나무, 대나무, 매화)를 뜻한다. 이번에 초대된 3명의 작가 역시 세한삼우처럼 긴 겨울을 함께 지내온 작가다. 세 작가는 공통점이 참 많다. 지역 출신으로 학창시절 대구에서 공부하고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이다. 가장 연장자인 권순철(74) 작가는 안동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회화과, 동 대학원을 나왔다. 대구 출신인 곽수영(64) 작가는 사대부고,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막내 이배(62) 작가는 청도 태생으로 영신고와 홍익대 서양학과, 동 대학원을 나왔다. 특히 곽 작가와 이 작가는 고교시절 미술학도로 서로 알고 지낼 정도로 친했다. 그리고 모두 그림 공부를 위해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 세 작가는 프랑스에서도 모였다. 파리로 유학온 한국인 화가들의 작업장 마련을 위해 결성된 예술가 단체인 '소나무회'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이달승 미술평론가는 "대구에서 그림 공부를 하며 저마다 푸른 꿈을 키우던 세 청년은 먼길 떠나 프랑스 파리에서 소나무회라는 늘 푸른 의지의 이름 아래 서로가 곁이 되어주기도 했다"면서 "이번 전시는 저마다의 푸른 꿈이 늘 푸른 의지로 모아져 피어나는, 벗의 눈으로 처음으로 새봄에 함께 만나는 뜻깊은 자리"라고 말했다.

얼굴 그림으로 '대가' 반열에 오른 권순철 작가는 여러 차례 물감을 덧칠해 두꺼운 질감을 드러내는 특유의 방식으로 인간의 고통과 억눌린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낸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곽수영 작가는 여러 번 두껍게 칠한 캔버스의 물감층을 날카로운 칼이나 끌 등의 도구를 이용해 긁어내듯 파내며 형체를 만들어 낸다. 그 형체의 흔적들은 인간군상이기도 하고 동물이기도 하며, 식물이나 풍경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는 흐릿한 생명의 형체를 통해 우리에게 존재의 물음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마치 종이에 먹물을 뿌린 것처럼 숯을 이용해 한국의 영롱하고 순수한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이배 작가는 한국의 과거와 현대뿐 아니라 동서양을 융합시키는 예술성을 보여주고 있다.

동원화랑 손동환 대표는 "이번 전시는 같은 지역에서 태어나 혹독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같은 길을 걸어왔지만 같은 듯 다르고, 다르면서 닮은 듯한 세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5월 15일(화)까지. 053)423-1300.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