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줄줄 새는 건강보험료, 왜 막지 않고 방치하나

의료기관의 허위'부당 진료비 청구로 건강보험료가 줄줄 새면서 지난 7년간 환수하지 못한 부당이득금이 8천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사무장병원 등 불법 의료기관이 허위로 타낸 보험료가 해마다 급격히 느는데도 이를 적발해 환수하는 금액은 채 20%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것은 대놓고 국민 호주머니를 터는 악질 행위라는 점에서 강력한 단속이 절실하다.

건강보험공단의 '2010∼2017년 연도별 요양급여비용 환수 결정액'을 보면 2010년 1천130억원에서 2012년 2천30억원, 2014년 5천500억원, 2016년 7천110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모두 7천830억원에 달해 7년간 환수 결정한 허위'부당 진료비가 무려 7배나 늘었다. 특히 사무장병원 등 개설 기준을 위반한 불법 의료기관의 환수 대상 금액이 6천250억원으로 전체 80%를 차지했다. 사무장병원은 그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건보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는데도 버젓이 건보 재정을 축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엄청난 보험료가 불법 의료기관 등으로 빠져나가는데도 이를 막을 대책도, 당국의 단속 의지도 극히 부실하다는 점이다. 과잉 진료나 부당청구를 막으려면 눈에 불을 켜도 모자랄 판이다. 통계에서 보듯 환수 결정액이 매년 급격히 증가하는데도 정부가 대책은커녕 인력 부족을 이유로 관리감독을 미적대는 것은 불법을 조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해마다 4월이면 건강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납입 보험료를 정산한다. 급여가 늘어난 사람은 더 내고, 거꾸로 줄어든 사람은 그만큼 되돌려주는 것이다. 가입자에게는 꼬박꼬박 규정을 적용하면서도 허위'부당 청구 등 건보 재정을 위태롭게 하고 의료 질서를 교란하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매년 미환수 금액이 수천억원씩 쌓여도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것은 큰 문제다.

사무장병원 폐해가 갈수록 커지는 만큼 불법 의료기관 근절 등 종합대책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 특별사법경찰제를 도입하든, 거액의 포상금 지급으로 탈세액 환수에 큰 효과를 내는 '세(稅)파라치'처럼 '건(健)파라치' 활성화 대책을 강구하든, 보험료를 지키는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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