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인규 前 대구은행장 검찰 소환…박 전 행장 "물의 일으켜 죄송"

채용 비리·30억대 비자금 조성 혐의

채용 비리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는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이 23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대구지검에 출두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채용 비리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는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이 23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대구지검에 출두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채용 비리와 3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는 박인규(64) 전 대구은행장이 23일 검찰에 소환됐다. 박 전 행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쯤 변호인과 함께 대구지검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하고 대구지검 특수부 조사실로 향했다. 박 전 행장이 검찰에 출두하자 대구은행 일부 임직원들도 검찰청사에 나타나 현장 분위기를 살폈다.

검찰은 박 전 행장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이뤄진 채용비리 10여 건에 관여하고, 금융감독원의 조사가 시작되자 관련 서류 폐기 등 증거 인멸을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전 대구은행 인사부장 A씨를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한 검찰은 박 전 행장과의 연관성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채용 비리와 관련해서는 참고인 신분이지만 언제든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했다.

박 전 행장이 관여한 의혹이 제기된 부정 채용은 모두 외부 청탁자가 존재한다고 검찰은 밝혔다. 그러나 '단순 청탁'만으로는 법적 처벌이 어려울 전망이다. 거액의 예치금이나 예금을 빌미로 채용을 강요하는 수준의 혐의가 드러나야 뇌물이나 협박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또 대구은행 임직원 배우자 320여 명이 활동하는 'DGB 금융그룹 부인회'가 일종의 '돈세탁' 창구로 활용된 정황도 상당 부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부인회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의 규모도 수천만원에 달한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조성한 비자금 사용처를 밝히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행장은 취임 직후부터 3년여간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한 뒤 수수료를 제하고 되파는 '상품권깡'으로 비자금 30억여원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비자금 조성 사실만으로는 법적 처벌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용처를 밝히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채용 비리 사건과 가능한 한 병합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 전 행장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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