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 파워 인터뷰] 미래산업 선도 예천군 곤충연구소

"곤충음식 단백질·미네랄 풍부…국수·쿠키 개발했지요"

예천군 곤충연구소 외인부대 3인방이
예천군 곤충연구소 외인부대 3인방이 '머리뿔가위벌' 캐릭터 인형을 앞에 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외인부대 3인방은 '작지만 강한 곤충연구소'를 일군 일등공신(?)들이다.(왼쪽부터 최경 팀장, 권천락 농촌지도사, 이수진 농업연구사) OR (왼쪽부터 최경 팀장, 이수진 농업연구사, 권천락 농촌지도사) 박노익 대기자 noik@msnet.co.kr
곤충푸드&카페 전경
곤충푸드&카페 전경

봄기운이 완연하다. 한낮에는 오히려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은 무더위조차 느낀다. 계절의 변화는 산과 들에서 때로는 낯익은, 때로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곤충들을 만나게 한다.

곤충을 대하는 사람들의 감정은 어떨까? 아마 시골 생활에 친숙하지 않고 책이나 TV를 통해서만 곤충을 대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경계 태세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과 영상으로만 대했던 곤충들이 실제 뛰어다니고 날아다니는 모습에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너무 귀엽다"면서 뒤쫓을 가능성이 높다.

혹시 어떤 사람이 이런저런 곤충을 보면서 "정말, 맛있겠다"면서 군침을 흘린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곤충이 맛있다니, 이상한 사람 아냐?" 하는 반응이 일반적일 것이다. 중년을 넘은 사람들이라면 어린 시절 논밭을 뛰어다니며 메뚜기를 잡아 볶거나 튀겨 먹었던 기억을 할 수 있다. 그 당시 고소한 맛은 입에 군침을 돌게 한다. 그러나 곤충을 먹는다는 생각은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어색하다. 곤충에 대한 편견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곤충은 인류를 식량난에서 구해줄 구세주(?)이자, 미래의 전략산업이다. 국내 곤충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예천군 곤충연구소를 찾았다. 최경(42'팀장) 농업연구사, 권천락(54) 농촌지도사, 이수진(33) 농업연구사로부터 곤충과 곤충산업의 미래, 그리고 곤충과 함께해 온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벌레가 음식!

"식용곤충으로 대표적인 것이 절지동물 딱정벌레목에 속한 갈색거저리입니다. 이놈은 유충일 때 마치 쌀벌레처럼 생겼는데요. 길이 3㎝ 정도로 원통형의 몸을 가지고 꿈틀거리는 모양이 딱 그렇습니다."

권천락 지도사는 "그런데 이 녀석을 입에 넣고 꼭꼭 씹으면 새우만큼 고소한 맛이 난다"면서 "이 때문에 갈색거저리 애벌레는 '고소애'(고소한 맛을 내는 벌레)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덕분에 고소애는 음식 재료로 애용된다. 고소애를 덩어리째로 넣어 조리한 고소애 전, 고소애 튀김, 고소애 가루를 넣은 삼계탕과 고소애 국수 등이 예천에서 판매되고 있다. 고소애 아이스크림과 고소애 쿠키도 맛볼 수 있다.

흰점박이꽃무지(굼벵이)와 누에 역시 고소애와 더불어 대표적인 식용곤충이다. 누에는 고소하면서 쌉쌀한 맛을 낸다. 그래서 가공 과정을 거쳐 가루로 만든 뒤 밀가루에 섞어 사용한다. 무당벌레 모양으로 만든 예천곤충빵이 누에로 만든 대표적 메뉴이다.

"굼벵이로 더 잘 알려진 흰점박이꽃무지는 특유의 비릿한 맛이 섞여 있어 진액으로 만들어 마시거나 환 또는 분말 형태로 가공해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홍삼이나 인삼같이 식품 보조제로 쓰이는 것이죠."

이 밖에 고소애를 넣어 만든 에너지바와 모카번, 고소애가 덩어리째 들어간 곤충햄버거 개발이 완료되었고, 파스타, 치즈빵, 수프 등 디저트용 곤충 음식 개발도 한창이다. 장수풍뎅이 유충을 중탕해 녹여 주스로 만들어 마시는 곤충 음료수도 곧 시중에 선보일 예정이다.

덧재한과(예천군 지보면 소화리)에는 갈색거저리와 흰점박이꽃무지를 갈아 만든 분말 5%가 함유되어 있다. 한과 특유의 달콤함에 새우과자 같은 고소한 곤충의 풍미가 더해진 풍부한 맛을 자랑한다.

권 지도사는 "귀뚜라미 100g에는 단백질 21g, 일일 철분 권장량의 96%, 칼슘 88㎎이 포함되어 있어, 영양 면에서 소고기(단백질 28g, 일일 철분 권장량의 15%, 칼슘 14㎎)보다 더 뛰어나다"면서 "고품질의 단백질, 비타민, 아미노산 등 필수영양소를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는 곤충은 좁은 공간에서 일반 가축이 먹는 사료보다 6배 이상 적은 양으로 키울 수 있고,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미래의 식량자원"이라고 강조했다.

▶곤충은 산업자원 & 미래자원

식용곤충 판매는 세계적으로 그다지 낯선 풍경은 아니다. 영국 최초의 식용곤충 음식점인 Grub Kitchen은 귀뚜라미를 넣은 팟타이와 부리토 등을 선보이고 있고, edible사는 커리 맛이 나는 곤충 스낵과 초콜릿이 덮인 개미, 곤충이 들어간 진(gin, 술) 등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프랑스 몽마르트르 언덕에 위치한 LE FESTIN NU에서는 태국에서 수입한 갈색거저리와 귀뚜라미를 이용한 샐러드를 맛볼 수 있다. 캄보디아 버그카페에서는 칵테일, 보드카, 와인 등과 함께 곤충이 든 패티로 만든 햄버거, 메뚜기'물장군을 이용한 꼬치구이, 칠리소스와 함께 먹는 타란툴라 도넛 등이 안주로 제공된다.

"UN 식량농업기구(FAO)는 전 세계 20억 명이 이미 단백질과 미네랄이 풍부한 곤충을 먹고 있으며 곤충 식이가 환경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보고하면서, 기아퇴치'영양보충'환경오염 저감을 위한 신무기로 식용곤충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인류뿐만 아니라 가축, 애완동물의 식량으로 식용곤충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경 팀장은 "세계의 곤충시장은 2007년 11조원 규모에서 2020년 38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일본의 경우 나비'사슴벌레'장수풍뎅이 등 애완용 곤충시장이 1980년대부터 형성되기 시작했고, 유럽은 호박벌(뒤영벌)'머리뿔가위벌'꿀벌'등에와 같은 화분매개곤충을 중심으로, 캐나다와 미국은 해충을 막는 천적용 곤충을 중심으로, 중국과 태국 등 아시아 나라들은 식용곤충을 중심으로 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최 팀장은 "특히 중국은 약용곤충에 대한 연구가 다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박쥐나방, 오배자, 진딧물, 구향충, 풍뎅이, 가뢰, 귀뚜라미, 땅강아지, 동충하초 등이 관심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바퀴벌레와 똥풍뎅이 추출물 등에서 항암 활성물질을 찾아내 혈관 내 손상된 점막 및 혈액 흐름을 개선하는 곤충의약품 '통심락'을 1999년 개발했다. 이 제품은 2006년 국내에서도 출시되었다.

"곤충산업의 잠재력이 부상하면서 우리나라의 곤충시장도 2015년 3천억원 규모에서 2020년 5천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료용과 약용 곤충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하지만 아직 국내 곤충산업은 산업으로서의 인식이 낮아 가야 할 길이 먼 편입니다. 곤충의 식품 원료 승인이 2016년 말에야 이루어져, 지난해 겨우 식용곤충의 제품화 사업이 진행된 만큼, 우리나라의 곤충산업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원'예천2호…쾌거!

예천군 효자면과 하리면 일대는 명품 사과 산지이다. 우리나라 수출용 사과의 15~2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예천군은 이 일대 300㏊를 애플밸리지구로 지정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 예천에 곤충연구소가 1997년 설립된 배경이기도 하다.

"예천 사과농가들은 바람과 저온 현상 등으로 수정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으로 선진지 견학을 가보니, 일본 사과는 모양과 품질이 뛰어나 높은 상품성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화분매개곤충으로 머리뿔가위벌을 활용한 덕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머리뿔가위벌 활용은 쉽지 않았다. 이놈은 해발 400m 이상 청정지역에서만 서식하고 인공 증식이 되지 않는 탓이다. 펜션과 각종 시설물들이 깊은 산속까지 들어서면서 서식지가 파괴되어 채집에 한계가 생겼다. 할 수 없이 화분매개곤충의 머리뿔가위벌 비중을 30%로 줄이고 호박벌과 꿀벌의 비중을 각각 30%, 40%로 늘려야 했다.

"곤충연구소가 사업소로 승격되면서 2003년 꿀벌 육종을 시작했습니다. 꿀벌 인공수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전국에 2명 있었는데, 그중의 한 분이 예천의 양봉가 김인석 씨였습니다. 당시 여왕벌 한 마리에 30만원이나 했으니, 성공하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있었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그것도 작은 기초지방자치단체 소속 연구소가 담당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일이었다. 2008년 중국 길림성 양봉연구소와 MOU를 맺으면서 돌파구가 마련되었다. 이렇게 2014년 국내 최초의 꿀벌 정부장려품종 1호 '장원'이 탄생했다. 꿀 생산량이 31%나 향상된 장원 1호는 양봉농가에 연간 700억원의 소득 증대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국가연구소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낸 것이다.

"직접적 수익은 기대만큼 많지 않았습니다. 곤충연구소가 전국의 수많은 양봉농가에 직접 공급할 수는 없었죠. 선도 양봉농가 10곳에 플라스틱 세트(10만원=여왕벌 1마리+일벌 5마리)와 나무벌통(20만원=여왕벌 1마리+일벌 2천 마리 정도)을 공급하면. 이들이 격리된 섬에서 증식시킨 뒤 일반 양봉농가에 공급하게 됩니다."

이수진 연구사는 "로열젤리를 60~120% 더 생산할 수 있는 로열젤리 다수확 품종(가칭 예천2호)의 개발도 완료됐다"면서 "다음 달부터 예천 양봉농가에서 실증실험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적을 이룬 외인부대 3인방

'작지만 강한 연구소' 예천군 곤충연구소의 놀라운 성과를 이끌고 있는 것은 외인부대 3인방이다. 권천락 지도사는 법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10년간 근무했다. 대기업'대도시의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을 벗어나고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건강까지 나빠졌던 권 지도사는 42세 때 원예직에 응시했다. 건강을 되찾고 그동안 대도시에서 살며 겪은 소음'경쟁'정신없는 일상 등에 대해 보상받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원예직에 합격했는데, 곤충연구소 발령은 뜻밖이었습니다. 그래도 머리뿔가위벌을 찾아 전국의 깊은 산골을 헤매고 다니는 것은 좋았습니다. 꼬리명주나비 복원사업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나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나비 애벌레가 먹는 식물 재배, 알 받기, 애벌레 기르기, 번데기 저장하기, 우화시키기 등을 모두 독학으로 해결했습니다. 특히 더운 여름날 비닐하우스 안에서 꼬리명주나비 기주식물인 쥐방울덩굴을 재배하는 것은 정말 너무 힘든 일이었습니다." 권 지도사는 지금 곤충의 산업화와 마케팅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작물보호' 전공 농업연구사 시험에 합격한 이수진 연구사는 더 황당했다. 곤충연구소 발령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난데없이 '꿀벌 육종'이 담당 업무로 주어졌다. 꿀벌 육종가 김인석 씨와 길림성 양봉연구소에서 스카우트된 이병일(조선족) 씨에게 물어보았지만 한계가 있었다. 다른 전문가를 찾기도 어려웠다. 답답한 마음을 해결할 길은 전문 서적을 구해 독학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성공했다. 6년간 꿀벌 육종에만 전념한 덕분에 이 연구사는 꿀벌 인공수정 성공률 56%를 자랑하는 국내 독보적인 전문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최경 팀장도 다른 직장을 원했지만 운명처럼 곤충연구소와 인연을 맺었다. 대학원 석사 과정 중 지도교수였던 경북대 권용정 교수가 1999년 UN FAO의 지원으로 '호박벌(뒤영벌) 대량증식' 연구에 나선 것이 첫 출발이었다.

"토마토, 애호박, 겨울딸기, 수박, 멜론 등 비닐하우스 내 작물은 꽃자루가 길어 꿀벌이 수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1990년부터 호박벌을 수입했는데, 한 통에 무려 25만원이나 해 농가에 큰 부담이 됐습니다. 호박벌 대량증식 연구를 시작한 이유죠."

예천군은 2002년 경북대에 호박벌 인공증식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이 사업은 대성공을 거둬 농민들은 호박벌 한 통을 6만원에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예천군 곤충연구소는 호박벌 대량증식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최 팀장을 연구사로 특별채용했다. 다음 달(5월) '호박벌의 상업적 대량증식'을 주제로 박사 학위 논문을 발표하는 최 팀장은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 곤충연구소가 운명이 되고 말았다"고 했다.

■호박벌·사슴벌레 직접 보며 곤충슬러시 냠냠…5월 3∼7일 곤충체험축제

오는 5월 3~7일 예천군 곤충연구소가 있는 예천곤충생태원 일대에서 '2018 어린이날 곤충체험축제'가 열린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장수풍뎅이, 호박벌, 사슴벌레, 수서곤충 등 다양한 살아 있는 곤충들을 직접 볼 수 있고, 3D 애니메이션 영화 '슈퍼 미니' '마야1' '마야2'를 관람할 수 있다. 레크리에이션으로는 풍선아트와 곤충퀴즈, 행운의 빙고 게임이 준비되어 있다.

또 무료 행사로 '물판박이 붙이기' '전통놀이'가, 유료 체험행사로 '나무곤충 기르기' '유충 기르기' '곤충화석 액자 만들기' 등이 마련되어 있다. 동굴곤충과 나비터널 등을 관람하는 스탬프랠리 참가자에게는 홍보용 기념품이 제공된다.

한편 예천곤충생태원에서는 올해 3월 20일 개원한 '곤충푸드&카페'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예천곤충유통사업단과 한미양행이 공동개발한 더 고소애, 곤충비타민 웰립, 꽃벵이 진액 및 환, 예천곤충빵을 비롯해 경북지역 농가에서 생산한 곤충건강식품과 누에제품, 양봉생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인기 제품인 '곤충슬러시'와 '곤충차'를 맛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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