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전매특허인 '약속의 8회'가 실종됐다. 가뜩이나 빈타에 허덕이는 삼성 타선이 경기 후반에 접어들면 더더욱 집중력을 잃고 힘을 쓰지 못하는 탓이다. 아무리 뒤지고 있는 상황이라도 8회만 되면 거짓말처럼 방망이가 폭발해 역전승을 거두는 모습은 이제 추억이 될 위기에 처했다.
올 시즌 삼성의 이닝별 득점을 보면 삼성은 8회에 평균 0.32점을 올리는 데 그치고 있다. 전체 9이닝 가운데 6회(0.24점) 다음으로 저조한 기록이고,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3회(0.72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23일까지 삼성이 8회에 올린 최다 득점은 2점으로 그것도 지난달 28일 KIA전 한 경기에 불과하다.
이닝별 타율을 봐도 삼성은 8회에 좀체 힘을 못 쓴다. 삼성의 타율 상위 톱3 이닝은 2회(0.330), 3회(0.299), 7회(0.292)인 반면 하위 톱3 이닝은 8회(0.234)를 필두로 5회(0.260), 1회(0.263)였다. 게다가 8회는 4회와 함께 9이닝 가운데 홈런이 없는 유일한 이닝이다. '약속의 8회'가 아니라 '침묵의 8회'로 불러도 좋을 지경이다.
신기하게도 삼성 타선 중 유일하게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1.00 이상을 기록 중인 다린 러프도 8회만 되면 방망이가 잠잠하다. 러프는 23일 현재 타율 0.344 8홈런 21타점 장타율 0.699 등 매서운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지만 8회엔 13타수 2안타 타율 0.154에 그치며 타점을 1점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약속의 8회'가 사라지자 역전승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결과다. 삼성은 10개 팀 가운데 역전승은 가장 적고 역전패는 가장 많은 팀이다. 23일 기준 삼성의 역전승은 단 4차례에 불과하지만, 역전패는 무려 11차례에 달한다. 연장 접전을 펼친 4차례의 경기에서도 삼성은 전패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8회의 사나이' 이승엽의 빈 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고 있다. 이승엽은 2002 한국시리즈 6차전 동점 홈런, 2008 베이징 올림픽 일본전 결승 투런 홈런 등 8회에 승부를 뒤집는 승부사적 기질을 보여주며 '국민 타자'의 칭호를 얻었다. '8회의 사나이' 이승엽의 은퇴와 함께 삼성의 '약속의 8회'도 사라지면서 삼성팬들의 야구 보는 재미도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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